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1-12-27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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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도 깊어지면
스스로 눈을 뜬다
흰 사슬을 풀어서

놓여나는 동짓밤을
누군가 북채도 없이
춤사위를 엮고 있다

진복희(1947 - ) ‘눈발 1’ 전문


어둠도 깊어지면 스스로 눈을 뜬다? 영화관 같은 곳에 들어갔을 때 처음엔 아무 것도 안 보이다가 차츰 보이게 되는 것과 같은 얘기일까. 동지가 지나고 나면 다시 낮이 조금씩 길어지듯이, 어둠도, 밤도, 슬픔도, 외로움도, 절망도, 깊으면 깊을수록 차츰 헤어날 길이 보이게 되는 걸까. 눈발이 날린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마음이 춤추고 있는 게 보인다. 동지 긴 밤이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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