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 부동산에 대한 투자 설명회가 활발했던 한해였다. 이 투자 지역들은 대부분 한국의 수도권 도시에 들어서는 신도시 아파트들이다. 한국의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과 대출 서비스를 내세우며 미주한인들의 투자유치에 나섰으나 경기침체로 관심이 뜨겁지는 못했다.
■불붙은 투자설명회
올 초만 해도 잠잠했던 한국 투자 유치 시도는 올 하반기에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8월 지웰시티 분양설명회를 시작으로 국제무역타운, 송도 아트윈 등 총 4곳의 한국 부동산 투자 설명회가 뉴욕과 뉴저지에서 연이어 열린 것이다. 이 부동산들의 투자모집 규모는 1,000세대를 넘어선 것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한국 지자체와 함께 사업을 추진, 공신력을 높이는가 하면 무이자 대출을 내세우며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 나섰다.
지난 8월24일 포트리 더블트리호텔에서 설명회를 연 청주 지웰시티는 미주 11개 지역에서 릴레이 설명회를 통해 총 2,616세대 중 59평형 150세대 한정판매에 들어갔다. 안성과 의왕시에 각각 600가구, 300가구가 들어서게 될 해외국제무역타운은 밴쿠버와 LA, 뉴욕 등 북미지역 설명회를 열었으며 송도의 아트윈은 뉴욕과 LA를 오가며 60층 높이 총 999세대 중 100세대에 대한 투자 유치에 나섰다. 아트윈은 플러싱 162가에 분양사무실을 지난 가을에 열었다.
■확대된 혜택과 투자유치 경쟁
이 시행사들은 해외투자자유치를 위해 무이자 대출을 홍보하는가 하면 한국의 공기업 및 미국내 한인 로컬 업체들과 손잡고 투자가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지웰시티는 영주권자 및 시민권자에게 구입 금액 중 40%를 2년간 무이자 대출, 전세금 30%를 시행사에서 대신 부담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웠다. 20만달러면 59평의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해외국제무역타운은 시티은행과 신한은행으로부터의 최대 60%의 은행 대출을 약속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입주자들의 국제 비wm니스 활성화를 위해 해외국제무역센터내에 마련된 사무실을 1년간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시와 공기업의 전폭적인 지지와 투자 안정성을 장점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해외국제무역타운의 투자 설명회를 진행했던 스티브 강씨는 “두 지자체가 시 예산으로 토지조성을 분담하는 등 타운 유치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었다"며 “1만달러의 디파짓은 한국의 유명 법무법인 에스크로 계좌에 보관, 프로젝트가 취소될 경우 그대로 본인이 돌려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도시개발공사 등 송도 아트윈의 관계자들은 설명회를 위해 2차례 뉴욕을 방문했다. 관계자들은 “인천시가 관여한 프로젝트로 건설이 마무리될 때까지 책임보험에 가입돼 있어 문제가 생길 염려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었다.
■ 예전만 못한 투자심리
투자업체들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설명회에 모인 인원은 기대에는 다소 못 미쳤다. 대부분 40-60명 수준이었다. 오랜 미국 경기 침체로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데다 달러화 약세, 연방국세청(IRS)의 해외자산에 대한 세금 정책 강화 등이 투자 심리 위축에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그리스 등 유럽의 경제위기, 부동산 경기불황과 실업률 상승 등 불투명한 향후 미국 경제로 한인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기를 꺼리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달러화 약세의 악재까지 겹치면서 한국 투자 열기는 식은 반면 오히려 중국과 한국의 투자가가 맨하탄으로 몰렸다는 것이 부동산업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해외자산신고제는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해외자산신고제는 과세대상의 해외 자산 5만달러 이상을 보유한 미국의 납세자는 세금보고 마감일인 이듬해 4월15일까지 IRS에 이를 보고해야 한다는 신규법령이다. 해외자산에는 부동산이 포함된다. 이외에도 부동산의 소재지와 매매나 렌트로 발생한 수익에 대한 IRS의 감시가 철저해지면서 투자심리도 움츠러들고 있다.
악재도 겹쳤다. 지난해 8월에는 제주도 콘도 네스트힐 건설에 투자한 20여명의 한인들이 LA 코우사를 사기분양으로 고소했는가 하면 서울 역삼동의 아르누보시티 3차 분양에 참가했던 한인들의 입주 날짜가 1년 이상 연기되고 소유권 이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한인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지웰시티의 뉴욕 뉴저지 분양을 담당하고 있는 뉴스타부동산의 안상모 사장은 “이전에 투자모집에 나서 일부 업체들이 한인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이 한국 부동산 투자유치에 안 좋은 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뀌는 트렌드와 전망-투자에서 실수요로
뉴욕에서 지난 가을 부동산 투자유치에 나선 한 업체의 경우, 현재까지 약 20세대의 청약을 받은 상태다. 미국에 비해 꾸준히 가격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국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투자 안전지대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에 투자 열기는 줄어들어도 관심은 꾸준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투자유치를 진행하는 업체들이 거의 수도권이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 업자는 “대형 아파트에 선뜻 투자했던 과거에 비해 일반 한인들의 투자규모는 작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아트윈 분양을 담당하고 있는 골든 브릿지부동산의 이영복 사장은 “최근에는 투자보다는 실수요 목적으로 투자 트렌드가 바뀌고 있고, 사실 이런 현상이 현재로서는 가장 안정적이고 바람직한 것” 이라며 “35평이 작은 평수로 취급 받던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28평이 등장할 정도로 작은 주택에 대한 투자 관심은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은 평수일수록 매입 가격의 상당부분을 전세가로 커버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업자들은 향후 한국내 부동산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은 1-2베드룸 아파트 수준의 작은 평수에 몰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점차 위험이 큰 단기 투자에 대한 관심보다는 향후 거주를 위한 목적 등 좀 더 실용적이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