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 많은 비닐봉지는 어디에

2011-12-1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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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지 없으면 불편할 텐데 … 물건 살 때마다 담아주니 편하고, 집에 가지고 가서 쓰레기 봉지로 쓸 수도 있으니 좋고”

내년부터 LA 카운티 내 많은 지역에서 1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한다고 하자 일부 소비자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마켓에서 공짜 비닐봉지가 금지되면 시장 볼 때마다 일일이 장바구니를 챙겨야 하는 게 번거롭기도 하고, 나름대로 쓰임새가 많은 봉지들이 사라져 아쉽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닐봉지의 특징은 대단히 가볍고, 값이 싸다는 것이다. 무게는 몇 그램, 값으로 치면 1-2 센트. 그러니 수퍼마켓에서도, 식당에서도, 세탁소에서도 … 물건 파는 모든 곳에서는 비닐봉지를 쓴다.


LA 카운티에서 1년에 쓰는 비닐봉지는 대략 60억개. 한 사람이 연간 600개의 비닐봉지를 쓴다. 시장 보면서 보통 몇 개의 비닐봉지를 받나 생각해보면 이 숫자는 적으면 적지 많은 게 아니다. 미전국적으로는 연간 1,000억개 정도 쓰인다는 추산이다.

값이 싸다보니 어느 마켓에서나 비닐봉지 인심이 후한데, 문제는 이 천문학적 숫자의 비닐봉지들이 다 어디로 가느냐는 것이다. 가벼워서 바람에 훨훨 날아다니는 비닐봉지들이 들에도 산에도 해변으로도 퍼져나가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것
이 문제이다.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1,000마일 정도 태평양으로 나가면 북태평양 순환류 지역에 도달한다. 캘리포니아 해류, 북적도 해류 등 태평양 연안 해류들이 편서풍을 타고 시계방향으로 거대한 원을 그리며 도는 지역이다.
망망한 바다 한 가운데인 이곳은 또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북태평양 거대

한 쓰레기 구역’이라는 별명이다. 순환하는 해류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쓰레기더미의 정확한 크기를 알 수는 없지만 어림잡아 텍사스 주, 혹은 그 두배의 면적이라고 한다.

상상의 눈을 들어 바라보면 수평선을 따라 끝없이 아득하게 쓰레기가 떠있는데, 그 대부분은 플래스틱 제품, 특히 비닐봉지들이다. 그곳을 항해하는 선원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서 생긴 일이 아니다. 플래스틱 쓰레기의 60~80%는 육지에서 떠내려온 것들이라고 한다.

태평양 연안의 주민들이 무심코 휙~ 버린 비닐봉지가 바람을 타고 해변으로 가고, 바닷물에 휩쓸리고, 해류를 따라 흘러 흘러 태평양 한가운데로 모여든 것이다.

이 낯선 물건들의 정체를 해양생물들이 알 길이 없다. 물에 뜬 비닐봉지를 고래가 삼켜 위장에 영구적으로 쌓이기도 하고, 돌고래나 새들은 먹이인줄 알고 삼켰다가 목이 막혀 죽기도 한다. 이렇게 죽는 조류가 연간 100만 마리, 바다 포유류가 10만마리에 달한다.


특히 피해가 큰 동물은 바다거북. 해파리를 주식을 하는 이들은 투명한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알고 꿀꺽 꿀꺽 삼켜서 영양실조에 걸린다.

비닐봉지의 진짜 문제점은 영구적인 수명. 썩어서 분해되어야 하는 데 그러지를 않는다. 비닐봉지가 하나 만들어지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데는 1,000년이
걸린다. 지금 같이 비닐봉지 인심이 후하다면, 그래서 70억 인구가 저마다 펑펑 쓰고 버린다면 지구가 어떻게 될지는 불문가지이다.

우리가 지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은 비닐봉지를 덜 쓰고 안 쓰는 것. 장바구니를 필히 챙겨서 시장을 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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