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1-12-1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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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은 한 사람, 쓸쓸해본 적 없이

승강장을 딛는 만큼
저녁을 내려놓는 그는

혼자서 달맞이꽃이었다


하룻밤쯤은 뜬잠으로
칭얼칭얼 피었다
모래톱까지는 되물어
되물어서 허물어질 것이고이

귓바퀴가 맑아
외딴 얼굴
파도소리는 구를 것이니

목울대가 긴 막차는 울고 갔느냐
울음이 길어
그토록 어려웠던 신호로

일몰에 떠오르는 섬

사람의 살빛에 밀리는 사람아, 사람아

배홍배(1953 - ) ‘춘장대역’ 전문


배홍배 시인은 한국의 잊혀져가는 간이역들에 얽힌 사연과 애환을 채집해 산문집 <추억으로 가는 간이역>을 펴냈다. 춘장대역은 가까이에 서해안 춘장대 해수욕장이 있어서 여름 휴가철에는 하루 한 번씩 기차가 선다고 한다. 평소에는 인적이 드문 이곳에 달맞이꽃이 쓸쓸하게 피어있다. 아니 그 역이 바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달맞이꽃이다. ‘추억으로 가는 간이역’이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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