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껴서 잘살기

2011-12-12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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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면서 짧은 만남으로도 깨달음을 주는 분들이 있었는데, 9년 전 회사 다닐 때 등산회에서 만난 차장님도 그 중 한분이시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고 얼굴도 어렴풋한데, 그분과 대화를 하며 산을 내려오던 그 순간은 ‘갑자기 종이 울려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처럼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 분은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던 중에 “요즘 한국은 건물을 너무 쉽게 지었다가 부수었다가 해… 건물을 부수고 나면 그 남은 잔해들은 다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라고 하셨다. 계속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살고 있었지만, 우리가 소비하고 나서 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전까지 깊게 고민을 하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최근 접한 웹사이트(www.storyofstuff.com)는 그분이 던져준 화두에 많은 살을 붙여 주었다. 이 사이트에서는 우리가 쓰는 물건은 어디에서 와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로 가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쓰는 모든 물건들이 만들어지는 과정, 즉 자원을 추출하여 제조하여 상품을 팔고, 소비자가 그 물건을 사서 쓰고 버리는 이 과정이 원형의 사이클이 아니라 직선형이어서 언젠가는 지구 자원이 고갈되어 황폐화되고, 소비되고 버려진 물건은 쓰레기가 되어 지구 어딘가에 계속 쌓이게 된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한때는 전기 불을 끄거나, 양말을 기워 신거나, 헌 옷을 입히거나 하는 자원 절약 행위들이 돈을 아끼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진공청소기 쓰는 전기 아끼신다고 미리 걸레질해서 먼지 모아두고 한꺼번에 잠깐 동안만 청소기 돌리시는 할머니를 보며 그러실 필요까지 있을까라고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실은 아끼는 행위는 자원의 과도한 추출을 막아 미래의 아이들이 쓸 자원을 남겨두는 것이고, 헌 옷을 입히는 것은 직선형의 물건 소비 과정을 다시 원형으로 되돌리는 행위이다. 아마도 할머니는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본능적으로, 직감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아셨던 것 같다. 나도 할머니처럼 아껴서 ‘잘’ 살아보려고 한다. 아껴서 ‘잘’살아보자!


송민정 /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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