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빛나는 졸업장

2011-12-10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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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약 7년 전, 칼리지에서 ESL 수업을 받을 때였다. 조용하고 겸손한 태도와 열정이 느껴지는 눈빛에서 남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만남에서 그녀로부터 가정 형편상 여상을 졸업했고 대학진학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항상 목마름이 있어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점차 간호학을 하고 싶고 퇴직 후에는 어려운 이들을 돌보는 삶으로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야무진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좀 당황했다. ESL 영어를 하고 있는데 칼리지 기초과목이 어디 그리 만만할까. 더구나 아이들이 있는 40대 중반 주부가 아닌가. 나 뿐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다. 만약 도중하차라도 하게 되면 고생을 물거품이 되고 얼만 좌절하게 될까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그녀는 우리의 우려를 뒤로 하고 한발 한발 힘겹게 내디뎌 마침내 기초과목을 마쳤다. 간호학과에 입학하기 전의 시간도 열심히 영어공부에 매진했다. 간호학 1년을 마칠 즈음 영어 발음이 나쁘다는 이유로 탈락하는 좌절도 맛보았다.


며칠간의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고 그녀는 결연한 모습으로 다시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2년간의 악전고투를 마치고 정상에 승리의 깃발을 꽂는 순간이 왔다. 그녀라고 왜 주저앉아 통곡하고 싶은 순간이 없었겠는가. 그러나 그녀는 해냈다.

하얀 가운, 하얀 캡에 가슴에는 배지를 달고 촛불을 든 채 선서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자기와의 싸움을 멋지게 치러낸 아름다움 자체였다. 이 불굴의 여성에게 박수를 보내며 또한 그녀의 가족들과 외조를 아끼지 않은 남편에게도 힘찬 박수를 보낸다.


이세진 / 라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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