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1-12-08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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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어느 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앉아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밥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밥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
손부터 올려놓았다


- 고영민(1968 - ) ‘공손한 손’ 전문



추운 날, 식당에 앉은 일행들이 숟가락을 들기 전에 두 손을 밥뚜껑 위에 올려놓았다. 식지 않도록 뚜껑을 얹어 보내온 밥의 온기를 두 손으로 전해 받는다. 음식을 먹게 해준 자연과 신, 농부 등 모든 이들에게 먼저 감사를 드린다. 참 ‘공손한’ 손님들이다. 따스함이 번져가는 이런 장면을 포착한 시인의 눈길 또한 푸근하다. 밥뚜껑을 오래 만진 사람과 두 손으로 악수하면서 그 따뜻함을 전해 받고 싶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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