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1-12-06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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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잘 드는 쪽으로 자꾸 뻗어나가려는 가지
그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나무는
제 마음속 가장 어두운 곳에서부터 나이테를 새긴다.
뱃머리에 쓰이는 나무일수록 나이테가 촘촘하다.


- 이공(1974 - )‘가장자리’ 전문


이 시를 읽으며 깨닫는다. 파도와 거센 물살을 견뎌내려면 뱃머리가 다른 부분보다 튼튼해야겠구나. 나무는 햇살 잘 드는 쪽으로 뻗어나가는 가지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나이테를 어두운 곳에 새기는구나. 촘촘한 나이테를 가진 나무가 단단해서 뱃머리에 쓰이기에 적당하겠구나. 겨울은 나무가 나이테를 새기며 스스로를 강화하는 계절이겠구나. 아하, 이 긴 불경기와 추위가 뱃머리에 쓸 수 있도록 우리를 단련시키고 있는 중이구나.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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