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1-12-01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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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에 단팥빵 빵 일곱 개
맛있게 생긴 단팥빵
한 사내가 빵 사러와
아줌마, 단팥빵 하나 주세요
여기 있어요
단팥빵 한 개 사갔어요

빵집에 단팥빵 빵 여섯 개 포동포동한 단팥빵
아이들이 빵사러 와
아줌마, 단팥빵 여섯 개 주세요
여기 있어요

단팥빵 여섯 개를 사갔어요


빵집에 단팥빵 빵 없네
어떤 맛이었을까 단팥빵
빵 주인이 빵 사러 와
아줌마, 단팥빵 다 주세요
다 없어요
단팥빵 빵들을 가져갔어요

다 어디 갔지? 달디단 울엄마!

정끝별(1964 - ) ‘단팥빵1’ 전문

시의 앞부분을 읽으며 이런 아이들 장난하는 것 같은 시도 있나 하며 조금 당황했었다. 아이들 산수 공부시키는 시인가보다 하고 읽다가, 마지막 행에서 가슴을 베인다. 무림의 고수들이 흔히 쓰는 수법이다. 상대를 방심하게 만든 다음 순식간에 진검을 빼드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하나씩 둘씩 빼먹어버린 어머니, 진열대에서 사라진 단팥빵처럼 달디 단 울 엄마는 이제 없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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