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돌아온 칠면조

2011-11-25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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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가 돌아왔다. 추수감사절을 알리기라도 하듯이 어김없이 찾아온 반가운 손님. 알링턴 언덕 근처 숲에서 살다가 내려온 이 야생 칠면조는 40cm 안팎의 수수한 빛깔과 외모로 보아 유년기를 갓 지난 암컷이다.

지난해 11월초, 우리 집 근처로 내려온 이 녀석은 추수감사절이 지난 후 사라졌었다. 하필이면 왜 추수감사절이 끝나고 자취를 감췄을까. 매일 나타나던 녀석이 안 보였을 때 누가 잡아먹은 것은 아닌가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무사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다시 돌아온 것을 보니 무척이나 반갑고, 고맙다.

칠면조가 이곳에 내려온 사연은 이렇다. 우리집 뒤뜰에서 키우는 닭들 모이를 먹으려고 날아들었던 칠면조는 우리집 염소들한테 혼쭐이 나고는 옆집 산드라 네로 도망을 가버렸다. 그 후 야생동물 사랑이 극진한 산드라가 불쌍하다며 매일 먹이를 주는 바람에 그집 애완동물이 된 것이다. 한달만 머물고 가는 야생 애완동물.


낮이면 현관입구에 앉아 먹이를 기다리고, 밤이면 길 건너 전봇대 위로 올라가 잠을 청한다. 고압선에 통구이가 될까 걱정도 했지만, 그 가느다란 전선 위에서 엉덩이를 내밀며 균형을 잘도 잡는다. 새벽이면 내려와 우리 차 와이퍼에는 깃털을, 집앞 잔디에는 배설물을 남기며 출근도장을 콕 찍는다.

집 앞을 지나는 차들은 시도 때도 없이 차도로 뛰어들어 유유자적 거니는 야생 칠면조 한 마리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속도를 늦추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커뮤니티 저널 웹사이트에도 등장하면서 꽤 유명인사가 되었다.

원래 칠면조 고기를 즐기진 않았지만 이맘때만 되면 날아오는 그녀로 인해 나는 더더욱 입에 대기가 거북해졌다. 이미 내 마음속의 애완동물이 되었기 때문일까.


송혜영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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