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름다운 이별

2011-11-18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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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에 아끼던 지갑을 분실했다.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아 뒤지고 뒤지며 찾았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지갑은 지울 수 없는 아쉬움으로 떠오른다.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을 가족이 되어 함께 살았던 애견이 죽었을 때, 상실감으로 마음이 여전히 애견을 향하던 때와 비슷한 심정이다. 항상 끼고 살던 물건들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하찮아도 나와 밀착되어 나에게는 금쪽 같이 귀한 법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떠나보내는 경험을 하며 산다. 어제와 헤어지고 오늘과도 헤어진다. 오래전 이민 길을 극구 만류하시던 시어머님의 말씀을 외면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어머님께는 살점이 떨어져 나가듯 쓰리고 아픈 이별의 쇠못을 가슴 한 복판에 박아드린 불효를 했다.


아침마다 펼쳐드는 신문에는 부고가 하루도 빠짐없이 실린다. 죽음은 이승이란 배에서 하선하는 일이다. 떠나보내는 이별 중에 가장 슬픈 것은 죽음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그 비통함, 참담함의 충격은 이루 형용할 길이 없다.
죽음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일이지만, 평소 우리는 나의 일이 아니라 여기며 살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지상의 나그네가 아닌가. 미운 사람도, 고운 사람도 때가 되면 머나먼 곳으로 떠나 영원히 다시 볼 수 없게 된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늙은 사자가 더 이상 젊은 사자들을 따라다닐 힘이 없어지자 무리의 반대방향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장면을 보았다. 사자가 도착한 곳은 사자 해골이 널려 있는 곳이었다. 죽음을 예감하고 생을 마무리 하는 늙은 사자의 모습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만남의 끝에는 헤어짐이 있다. 그러니 떠난 것에 끈질기게 매달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별, 나무가 나이테를 안으로 새겨놓듯 슬픔을 가슴 속에 접어놓고 웃으며 헤어지는 것도 인생길에 필요한 멋이다.


김성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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