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1-11-15 (화) 12:00:00
한복저고리를 늘리러 간 길
젖이 불어서 안 잠긴다는 말에
점원이 웃는다.
요즘 사람들 젖이란 말 안 써요.
뽀얀 젖비린내를 빠는
아기의 조그만 입술과
한 세상이 잠든
고요한 한낮과
아랫목 같은 더운 포옹이
그 말랑말랑한 말 속에 담겨 있는데이
촌스럽다며
줄자로 재어준 가슴이라는 말
브래지어 안에 꽁꽁 숨은 그 말
한바탕 빨리고 나서 쭉 쭈그러든 젖통을
주워담은 적이 없는 그 말
그 말로 바꿔달란다.
저고리를 늘리러 갔다
젖 대신 가슴으로 바꿔 달다.
임현정(1977 - ) ‘가슴을 바꾸다’ 전문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만든다는 우스개가 떠오르는 시다. ‘가슴’은 세련되고, 젊고, 팽팽하고, 과시용이며,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사이즈를 잴 때 쓴다. 반면에 ‘젖’은 촌스럽고 쭈그러졌으나 뽀얀 젖비린내가 나고 아기의 조그만 입술과 아랫목 같은 더운 포옹이 그 말랑말랑한 말 속에 담겨 있다. 화자는 집으로 돌아가 아기를 보는 순간 거추장스러운 가슴을 떼어버리고 다시 젖으로 바꿔달 것 같다. 엄마로 돌아갈 것 같다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