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1-11-01 (화) 12:00:00
내 벗이 몇이냐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東山)의 달 오르니 긔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하야 무엇하리
구름 빛이 조타 하나 검기를 자주 한다
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조코도 그츨 뉘 없기는 물뿐인가 하노라
꽃은 무슨 일로 피어서 쉬이 지고
풀은 어이 하야 푸르른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 아닐산 바위뿐인가 하노라
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는데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느냐
구천(九泉)의 뿌리 곧은 줄을 글로 하야 아노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렇게 사시(四時)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취니
밤중의 광명(光明)이 너만하니 또 잇나냐
보고도 말 아니 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선도(尹善道:1587∼1671) ‘오우가(五友歌)’ 전문.
지난 10월 중순에 고산(孤山) 문학축전이 해남에서 열렸다. 그 행사에 참석한 덕분으로 고산 윤선도 님이 말년을 보낸 ‘녹우당’과 박물관 등을 방문하는 기회를 가졌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고산의 숨결과 함께 우리 문학의 뿌리를 더듬어보았다. 그의 시조 ‘五友歌’도 복잡한 인간사를 떠나 자연(물, 바위, 소나무, 대나무, 달)을 벗 삼아 유유자적한 고산의 마음을 더욱 실감하게 해주었다. 행사의 일환으로 시상한 제11회 고산문학상은 시 부문에 오탁번, 시조 부문에 박시교 시인이 수상했다.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