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축제장의 식권

2011-10-2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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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오렌지카운티 한 인축제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런데 한가지 후유 증이 우려된다. 2달러짜리 식권을 사면 인근 카지노 리조트의 28달러짜리 뷔페식사권을 주는 경품티켓 얘기다.

경품티켓에 대한 얘기가 작은 모임에서 화제가 되 었다. 2달러짜리 식권을 산 사람이 28달러짜리 뷔페 식사가 어떤 것일까 궁금해서 친구와 함께 카지노를 방문했단다. 그냥 올까 하다가 먼 길을 갔으니 딱 20 달러어치만 칩을 바꿔 게임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게 금방 몇백 달러가 나가더란다. 2달러짜리 식권이 미끼였다는 것을 생각하니 스스로 부끄러워 지더란다.

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곰곰 생각해보니 속았다는 느낌에 화도 났지만, 자신과 같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닐 거라는 느낌이 들더라고 했다.


축제 장소에서 식권이 얼마나 팔렸는지는 모르겠 지만 식권을 구입한 사람들은 식권이 아까워서 아니 면 뷔페식사를 맛보기 위해 도박장에 가게 될 것이 다. 그리고 그 중 상당수는 위의 경우처럼 씁쓰레한 기분으로 귀가할 것이다.

돈을 잃게 되면 잃은 돈을 되찾기 위해, 딴 사람은 더 많은 돈을 따기 위한 욕심으로 도박에 빠지게 된 다. 도박의 폐해는 다시 언급할 필요도 없다. 한인축제는 한인들의 단합과 발전을 위한 행사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한인들을 도박에 발 들여놓게 하 는 빌미를 제공한다면 행사의 취지와 맞지가 않다.

2달러짜리 식권은 타운의 교회나 성당에서도 개 인적인 친분을 통해 뿌려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폐해가 천천히, 오랫동안, 넓고 깊게, 한인사회를 잠식해버릴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정찬열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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