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울, 30대의 분노

2011-10-2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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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드러난 대한민국은 요즘 잘 나간다. 수출은 사 상 최고를 경신하고 있고 경제 성장률도 연 4%대다. 외환 보유고는 3,000억 달러를 넘었고 실업률도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 와 보면 사정은 다르다. 특히 젊은이들의 삶이 고달프다. 초등학생 때부터 죽기살기 로 온갖 과외에 시달리다 가까스로 대학에 들어가면 이번 에는 취직을 위한 스펙 쌓기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이 때 문에 옛날처럼 서클에 가입해 취미 활동을 즐기며 낭만적 인 대학 생활을 즐긴다는 것은 꿈도 꾸기 힘들다.

피나는 경쟁을 뚫고 취직을 해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근무에 시달려야 한다. 여성의 경우 아이를 낳아 기르며 직장에 다니기가 정말 힘들다. 열심히 일해도 미래는 그 다지 밝아질 것 같지 않고 빈부격차는 날로 심해지고 있 다. 이런 좌절감을 가장 심하게 느끼는 세대가 겨우 취직 했거나 일자리를 찾고 있는 30대다. 최근 한 명문대를 나 온 30대 여성은 LA로 유학 왔다 그대로 주저앉았고 이 학생의 남동생도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급속한 경제 성장에도 불구, 한국에서의 삶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26일 열린 서울 시장 선거는 이런 30대의 분노가 그대 로 표출된 행사였다. 20~40대는 박원순, 50~60대는 나 경원을 주로 찍었지만 그 중에서도 30대는 3/4이 박원순 에게 몰표를 줬다. 자신의 삶을 고단하게 하고 아무런 해 답을 내놓지 않는 집권당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30대의 이런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더라면 박원순의 시 장 당선은 불가능했다. 현재 한국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의 하나가 세 대 갈등이다. 부모 세대가 아무리 몇 십 년 전에 비해 한 국이 얼마나 잘 살게 됐는지를 이야기 해 봐야 자녀 세 대에게는 씨가 안 먹힌다. 오늘을 과거와 비교하기에는 젊은 세대들의 하루하루 삶이 너무 고단한 것이다.


10.26 보궐 선거는 여당의 패배로 끝났지만 젊은 세대 가 불신하는 것은 여당만이 아니다. 제1 야당인 민주당 은 아예 서울 시장 후보까지 내지 못했다. 처음 10%이상 뒤지던 나경원 후보가 한 때 오차 범위 내로 격차를 좁 히다 다시 7%대로 크게 진 것은 투표를 며칠 앞두고 안 철수 교수가 박원순 후보를 공개 지지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젊은 세대들은 맨손으로 사업을 일 으켜 성공하고 컴퓨터 백신을 무료로 나눠주며 사회에 봉사해 온 그를 어떤 기성 정치인들보다 신뢰하며 따르 고 있다.

이번 선거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인지를 점치기는 너무 이르다. 신당 창당과 정계 개편 등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젊은이들 이 지금 변화를 갈망하고 있으며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정치 집단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한 것 같다.


<서 울 에 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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