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을 바꾼 평범한 사람

2011-10-26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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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은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로자 팍스가 타계한지 6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앨라배마주의 평범한 재단사였던 팍스는 흑인 민권운동사에서 가장 큰 사건이자 전환점이 된 몽고 메리시의 버스안타기 운동을 촉발시킨 인물이다.

1955년 12월1일 그녀는 백인과 흑인의 자리가 분리된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기를 거부했으며 이 사건은 미국의 현재 민 권 운동의 서막을 여는 계기가 됐다. 당시 42세였던 팍스는 이 일 로 체포돼 기소됐다. 흑인들은 이때부터 381일 동안 승차를 거부하 는 버스보이콧 운동을 벌여 버스 속 인종분리도 위헌이라는 대법 원 판결을 받아냈다. 이 운동을 이끈 지도자가 바로 젊은 목사 마 틴 루터 킹이었다.

1896년 연방대법원은 공공시설에서 흑인과 백인의 자리를 합법 적으로 분리시켜도 좋다는 판결을 내렸으며 이후 흑인들에 대한 분리 차별은 노골적으로 자행됐다. 이 판결에 따라 학교와 식당, 열 차, 버스는 물론 가게와 건물의 출입구까지 분리됐고 간호사와 이 발사들은 피부 색깔이 다른 사람들을 다룰 수 없게 됐다. 흑백차별 을 합법화 한 이 판결의 원칙에‘ 분리 평등’ (separate but equal)이 란 이름이 붙은 것은 가증스럽다.


로자 팍스가 버스 분리에 저항한 첫 흑인은 아니었다. 그녀 이전 에도 이를 거스른 흑인들이 있었다. 그러나 모진 탄압을 견디며 저 항의 맨 앞에 섰던 흑인은 팍스가 처음이었다. 버스 운전사의 요구 를 거부해 체포됐을 때만 해도 팍스는 자신의 행동이 엄청난 결과 를 초래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30년이 흐른 후 술회했다.

보이콧 직후 백인들의 탄압을 견디지 못해 디트로이트로 이주 한 팍스는 내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방의회는 민권운동에 기여한 팍스의 공로를 기려 그녀가 86세가 되던 지난 1999년 가장 고귀한 시민에게 주는 명예의 금메달을 수여했다. 흑 인인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거슬러 올라가면 팍스 가 행동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인 팍스가 지난 며칠 간 한국인들 사이에 화제의 인물이 됐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 게 건넨 응원의 편지에 팍스가 아주 길게 언급된 때문이다. 안 교 수는 편지에“ 변화를 이끌어 낸 힘은 팍스의 작은 행동이었다”며 선거는 바로 이런 참여의 상징이라고 썼다.

아마도 적극적인 투표를 통해 세상을 바꾸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안 교수의 편지내용에 대해 평가는 엇갈린다. 순 수하게 보는 이들도 있고 난데없이 웬 로자 팍스냐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이런 비판과는 별개로 로자 팍스가 깨우쳐 준 교훈은 다시 한번 곱씹어 볼만 하다. 우리는 어떤 위대한 사상과 인물이 역사를 바꾼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많은 역사의 변 화는 보통 사람들이 사소한 일에 문제의식을 갖고 ‘아니다’라고 거부함으로써 시작됐다. 팍스의 자리양보 거부에서 민권운동의 거대한 흐름이 탄생했듯이 말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도 의식이 깨 어있다면 얼마든 역사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팍스는 삶 으로서 증거하고 있다.

안철수 교수가 팍스를 얘기한 것은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서 의 대중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싶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의 호 소가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받아 들여져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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