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 미디어의 실상

2011-10-2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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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간 1인 독재자로 리비아에 군림하던 카다피 대통령이 리비아 임시 정부 혁명군에 게 쫓기다가 자신의 고향 시르테 시의 하수구 에 숨었다가 발견되어 사살된 대사건이 당일 에 보도되지 않은 나라가 세상에 딱 하나 있 다. 그게 바로 북한이다.

2006년에 이라크의 전 대통령 후세인이 사 형당한 뉴스가 북한에서는 18일 만에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에 간단히 보도된 전례로 본다면 카다피의 비참한 최후도 북한 인민들 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한 다음에야 간단히 취급될 가능성이 있다.

김일성 왕조가 출발한 1945년부터 장장 66 년이나 북한을 세습으로 지배해온 김정일과 그의 체제에게 독재자의 수명을 못 채운 종말 은 금기시되는 제목일 것이다. 더군다나 1942 년은 김정일과 카다피의 출생년도일 뿐 아니 라 예멘에서의 대규모 데모로 풍전등화의 위 기를 겪고 있는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도 동갑내기인 것이 마음에 걸릴 만도 하다.


특히 루마니아의 공산 독재자 챠우세스쿠 가 1989년에 시민들에게 발포 명령을 내렸다 가 죽음을 무릅쓴 데모 군중들에 의해 평양 의 인민 궁전을 본 따 지었다는 대통령궁이 함락되고 도망갔다가 부인과 함께 체포된 직 후 약식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자마자 수백 발의 총탄을 맞아 최후를 맞은 사건은 이미 22년이 지났어도 김정일의 뇌리에 생생할 수 도 있다.

그 이유는 챠우세스쿠가 김일성과 거의 동 년배의 절친한 친구로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 한 다음 김일성의 김정일 세습 작업에 감동되 어 자기 부인과 아들을 정부 요직에 앉히는 등 김일성 왕조 확립의 모델을 따르다가 변을 당했기 때문일 것이다.

좌우지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노동 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의 10월20일자 머리기 사는 카다피의 최후가 아니라 조선 중앙통신 의 보도로 ‘김정일 총비서 로씨아 아무르주 장관 일행을 접견’이란 제목의 기사였다.

그 기사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조선 로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 국 국방위원회 위원장이신 우리 당과 우리 인 민의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일 행을 접견하시었다.”

신문 기사에서 조차 유일한 지도자에게는 ‘위대한’이란 형용사가 앞서고 그가 하는 모 든 언행에는 존댓말이 뒤따르는 나라치고 인 권이나 시민들의 자유가 존재하는 나라는 하 나도 없다.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이 신격화된 것을 답 습하여 김일성이 신의 반열에 올랐기에 남한 의 종북사상을 가진 자들이 평양엘 가면 그 의 성전에 경건한(?) 자세로 참배하는 게 첫 번째 하는 일일 것이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다녀가신 건물” “위대한 령도자 김 정일 동지께서 다녀가신 건물”“ 존경하는 김 정은 대장 동지께서 다녀가신 선군 주철공장” 이라는 현판들이 이곳저곳에 붙어있다니까 정말 가소롭고 가증한 희극인 동시에 북한 인 민들에게는 안타까운 비극이다. 27세의 약관 으로 대장 자리에 오른 김정은은 특수부대 사령관이었다가 아버지와 함께 살해된 무타 심 카다피의 경력을 연상시킨다.

김정일 독재 아래에서는 독립된 언론기관 도 종교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신문, 방송, 통신 매체는 노동당의 선동선전국의 통제 아래 있기 때문에 뉴스 보도는 김일성 체제 유 지를 지상의 목표로 삼고 있다. 전체주의 국가 중에서도 가장 극심한 제도인 북한의 현 제 도 아래에는 흔히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당연 시 하는 언론, 결사, 종교의 자유가 조금도 존 재할 수 없다. 북한의 모든 미디어는 김일성, 김정일을 찬양하고 숭배하는 일에 열광하고 있기 때문에 위대한 수령이나 영도자가 왕림 하셨던 자리마저 신성시되고 있다. 김정일에 대한 비판이나 욕설은 신성 모독죄 정도로 여 겨진다.


참고로 로동신문의 10월18일자 사설“ 재집 권을 위한 단말마적 발악”에서 한 구절을 인 용한다“. 남조선을 민주와 인권의 처참한 폐허 로, 인민 대중의 생지옥으로 만들고 북남 관계 를 파국으로 몰아넣은 보수패당에 대한 인민 들의 원한과 분노는 하늘에 닿고 있다”

‘인민 대중의 생지옥’에서 세계 최고의 전 자제품들과 자동차들이 수출된다니 모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민주와 인권의 처참 한 폐허’라는 곳에서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부정부패가 연일 대서특필되는 현상은 또 무 엇인가?

북한 미디어의 현실은 소련 공산당 기관지 였던 프라우다(진리)에는 진리가 없고 소련 정부 기관지였던 이즈베스챠(뉴스)에는 뉴스 가 없다는 명언을 상기시킨다. 그래도 북한을 찬양하는 종북주의자들이 있다는 게 정말로 이해하기 힘들다.


남선우/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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