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를 점령하라’

2011-10-21 (금) 12:00:00
크게 작게
지난 9일부터 ‘LA를 점령하 라’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나는 이 운동을 혁명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혁명이란 무엇인가.

혁명이란 단 한 개의 문장을 바꾸는 것이다. ‘아니다(NO)’라고 하 는 것이다“. 흑인이나 여성은 백 인 남성과 동등하지 않다”라는 문장이 있으면, “아니다, 모두 가 동등하다”라고 문장을 바꾸 는 것, 그것이 민권혁명, 여성혁 명이다.“ 부익부 빈익빈은 좋다” 라는 문장이 있으면, 거기에 대 해“ 아니다, 부익부 빈익빈은 나 쁘다”라고 바꾸어 쓰는 것, 그 것이 지금의‘ 혁명’이다. 미국의 부익부 현상은 수십년 지속돼 왔다. 특히 레이건 때부터 가속 화 돼 왔다. 미국국민은 이제 혁명을 일으킬 때가 됐다.

‘점령하라’는 젊은이들의 변 화를 위한 운동이다. 낡고 닳아 버린 세계관을 부수고 그들의 새로운 세계관을 세우기 위한 거대한 운동이다. 그들이 변화 의 주인공이다. 그 젊은이들과 내게 공통점이 있다면 익명성 이다. 알 고어가 이 운동을 지지 했다고 해도 알 고어가 이 운동 의 주인일 수는 없다. 이 운동 은 99%에 속하는 익명의 보통 시민들이 주도하는 운동이다. ‘


나는 99%’라고 선언한 것 자체가 커다란 주장이라고 본 다. 시위대가 무정형이라고 하 며 조만간 흩어져 버릴 무리로 보는 것에 대항해야 한다고 생 각했다. 그래서 나는 포퓰리스 트 정치가 휴이 피어스 롱의 포 퓰리즘을 활용하기로 했다.

티 파티가 과거의 보스턴 티 파티를 이용해 역사적 맥락과 어떤 형태를 얻은 것과 마찬가 지로, 우리 운동도 미국역사에 서 휴이 롱의 포퓰리즘을 떠 올 림으로써, 역사적 맥락과 어떤 형태를 얻을 수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위 전날 밤 인터넷에 들어가, 휴이 롱 정보를 찾고, 전단 지를 만들고 플래카드도 만들 었다. 그리고는 김밥, 우유, 물 등을 백팩에 넣고, 등산모를 쓰 고 LA시청으로 향했다. 갑자기 LA타임스 건물 옆을 돌아 나오 는 행진대가 보였다. 시청을 출 발한 ‘LA를 점령하라’ 군중이 었다.

시위대는 ‘우리는 99%(We are the 99%)’ 구호를 외치며 앞 으로 나갔다. 사람들은 엄청나 게 불어났고, 햇볕은 따가워지 기 시작했다. 군중은 뜨거운 햇 빛아래서 ‘뉴욕에서 LA까지, 미국을 점령하라(From New York to LA, occupy America)’ 구호를 외쳤다. 나는 움직이는 군중 사이를 돌아다니며 내 전단지를 돌렸 다. 우리는 다운타운 가파른 언 덕을 올라 LA의 금융 중심부에 서 시위를 계속했다 .

마지막 전단지를 돌린 후 나 는 귀가하기로 했다. 하루종일 물 먹을 시간도 없이 쉴 새 없 이 움직였다. 지치고 햇빛을 너 무 받았고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팠다. 차 안에 들어가 김밥 을 꺼내니 쉰 냄새가 났다. 너 무 오래 뜨거운 햇빛을 받고 있어서 밥이 쉰 것이다. 배가 너무 고파서 그거라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30년 동안 이루어진 부익부 정책을 되돌리려면, 30년 동안 반대정책을 써야 할 것이다. 거 대한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이 운동은 장기간에 걸친 운동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평범한 한 사람으로, 한 사람의 몫을 하려고 한다. 이 운동이 혁명이 되지 않으면 그 뿐이다. 한 개인으로서 이 운동 에 참여하는 것이다. 좀 더 나 은 사회의 건설을 위하여.

박장복 /LA 카운티 공무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