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야구와 인생

2011-10-2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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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경기는 개인기록 종목을 제외하면 두 가지로 나뉜 다. 하나는 시간을 정해놓고 벌이는 경기다. 축구와 농구 같은 종목이다. 다른 하나는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가며 벌이는 경 기다. 야구가 대표적이다.

시간을 정해 놓고 벌이는 종목에서는 막판 대역전극이 대단 히 힘들다. 아무리 힘을 써도 경기 종료가 촉박한 상황에서 큰 점수 차이를 뒤집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야구는 시간 에 구애받지 않는다. 크게 뒤지고 있어도 마지막 순간에 이를 뒤집는 경우가 다른 스포츠들에 비해 많다. 그래서 흔히 야구 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고들 한다.

올 메이저리그는 막판뒤집기의 시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 니다. 9월이 시작될 때만 해도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거 의 없어 보였던 아메리칸 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내셔널 리 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대역전극을 펼치며 나란히 와일 드카드 티켓을 거머쥐었다.


레이스가 9월7일 텍사스에 패한 후 수학자들은 이 팀이 플 레이오프에 나갈 가능성을 0.13%로 봤다. 한마디로 나갈 가능 성이 전무하다는 얘기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레이스는 앞서 가던 보스턴 레드삭스가 휘청거리는 사이 투혼을 발휘하며 연 승을 달렸다. 특히 시즌 맨 마지막 경기에서 6점차로 뒤지다 8 회와 9회에 동점을 만들고 연장전에서 승리해 포스트시즌 진 출권을 따내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이 팀은 올 시즌 주포 앨버트 푸홀스가 부상으로 장기 결장하는 등 내우 외환이 끊이지 않았다. 9월 들어설 때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 무려 10게임이나 뒤져 있었다. 그러나 레이스가 그랬듯 맨 마 지막 경기서 순위를 뒤집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극적인 턱 걸이로 포스트시즌에 나선 카디널스는 끈끈한 응집력을 바탕 으로 우승후보였던 필라델피아와 밀워키를 차례로 꺾으며 월 드시리즈까지 올랐다. 정규시즌 성적이 90승72패에 불과한 팀 이 월드챔피언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전설적 포수인 요기 베라는 지금도 자주 회자되는“ 끝날 때 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 s over)라는 명언 을 남겼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땀을 흘리면 대역전이 가능 하다는 희망의 메시지다. 하지만 실력이 있고, 또 노력을 한다고 해서 항상 원하는 결과 를 얻을 수 없는 것이 야구다. 야구에는 행운이 많이 작용한다. 잘 맞은 타구가 잡히기도 하고 빗맞은 것이 안타가 되기도 한다. 열 심히 해도 마음대로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경기가 야구다.

대역전극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에다 얼마간의 행운 이 따라줘야 하는 결과물이다. 내가 실력을 갖추고 열심히 노 력하는 것은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여기에 약간의 행운이 라는 충분조건이 따라 줄때 성공은 비로소 내 것이 된다. 그런 점에서 야구는 인생을 꼭 닮아 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간의‘ 가을 클래식’ 월드시리즈가 시작됐다. 시즌 내내 선두를 지키고 플레이오프에 서도 막강 화력을 터뜨리며 파죽지세로 월드시리즈까지 질주해 온 레인저스와, 절망적 상황에서 기사회생한 ‘근성과 행운의 팀’ 카디널스의 대결은 여러모로 흥미를 더해준다. 인생을 떠올리며 월드시리즈를 본다면 재미가 조금은 더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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