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에서는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대죄를 7개로 나눈 다. 욕정, 탐식, 탐욕, 게으름, 질투, 분노, 오만이 그것이다. 탐식 은 음식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탐욕의 일종이지만 이를 별 개의 죄로 규정한 것은 먹을게 귀하던 옛날 먹는 데 집착하 는 사람이 특히 많았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이 일곱 가지 죄를 가만히 살펴보면 그 중 3개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성욕과 식욕, 기타 물 건에 대한 욕망은 인간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다. 이것이 지나 칠 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질투는 다른 사람이 가진 물건에 대한 욕망이라고 본다면 일곱 가지 대죄 중 4개가 인간의 욕 심에서 비롯된다.
이 일곱 가지 대죄를 가톨릭의 공식 입장으로 정한 사람 은 기원 590년 교황 그레고리 1세라고 하는데 그 후 1,400년 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그 타당성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 고 있다. 인간이 저지르는 온갖 죄 가운데 이 일곱 가지 근본 원인에서 벗어나는 것은 별로 없다. 인간의 본성은 좀처럼 변 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금융 자본을 규탄하는 시위가 들불처 럼 번지고 있다. 세계 금융의 중심 월가에서 시작된 이 시위 는 유럽과 일본, 한국 등 세계 80개국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월가가 탐욕의 상징인 것은 틀림없다. 80년대 나와 화 제가 됐던 영화‘ 월 스트릿’을 보면 금융 자본가를 대표하는 악당 고든 게코가 나와 “탐욕은 좋은 것”이라고 일장연설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월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멘털리티를 보여주는 명장면으로 안 본 사람은 지금이라도 한 번 볼만 하다. 월가를 움직이는 기본 동력이 탐욕인 것은 맞지만 가톨릭 의 일곱 개 대죄에서 볼 수 있듯이 월가가 탐욕을 발명한 것 은 아니다. 아무리 ‘점령’ (Occupy) 시위대가 탐욕을 규탄해 도 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들도 이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 다. 그럼에도 이들이 악천후를 무릅쓰고 끈질긴 시위를 벌이 는 것이나 많은 미국인들이 이에 호응하는 것은 오래된 불 황, 늘어나는 실업자, 깊어가는 빈부격차, 아득한 신분 상승 가능성, 사라져가는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분노와 절망이 미국을 덮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이번 시위로 무엇이 달라질지는 의문이다. 시 위를 하는 사람들이 각양각색이라 주장도 중구난방이고 뚜 렷이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 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시작된 불황이 벌써 4년 을 넘기고 있다. 공식적인 수치로는 불경기가 끝났다지만 대 다수 미국인은 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점점 더 살기 힘들다는 소리만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러다 정 말 대공황은 아니더라도 일본식 ‘잃어버린 10년’이 오는 것 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일본은 지금 20년째 불황이 다.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점령군’ 시위대를 좀 더 자주, 오래 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