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를 넘은‘박원순 때리기’

2011-10-14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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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가 되자 한나라 당은 즉각 국회 인사 청문회 수 준의 혹독한 검증을 예고하고 나섰다. 시장 후보로서의 자질 과 능력을 평가하고 도덕성을 따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만에 하나 검증이란 미명 아래 생사 람을 잡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요즘 박 후보에 대한 보수언론의 기사들을 보면 도를 넘은 느낌이다. 재벌 회장이 낡 은 구두를 신고 다니는 것을 보 고는 검소한 생활을 한다며 호 들갑을 떠는 언론이 박 후보가 산행을 마치고 경황없이 신고 나온 구두 뒤창 떨어진 것을 두 고는 위선의 상징인양 헐뜯고 딸이 장학금 받고 해외유학 간 것까지 문제 삼았다.

돈 많은 자린고비가 헌 구두 를 신으면 근검절약이고 시민운 동가가 신으면 지킬 박사와 하 이드 씨가 된다. 또 시민운동가 의 딸은 남들 다 가는 외국 유 학을 장학금을 받고도 가서는 절대 안 된다.


이른바 강남 호화 아파트 거 주 시비만 해도 그렇다. 시민운 동 하는 사람은 지하 셋방이라 도 강남에서 살면 안 되고 반드 시 강북의 옥탑방이나 달동네에 서만 살아야 된다. 이는 좌파 스 님은 강남 부자 절의 주지가 될 수 없다는 한나라당의 해괴한 논리와 같다.

한상대 검찰총장과 조현오 경 찰청장처럼 자녀교육을 핑계로 위장전입해서 사는 것도 아니고 당당히 전셋돈 내고 사는데 아 파트 평수가 넓다고 호화 거주 운운하는 것은 “시민운동에 투 신한 이래 집을 소유해 본 적이 없다”는 그를 모욕하는 짓이다.

청와대까지 아름다운 재단이 재벌기업으로부터 받은 후원금 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 다. 후원금을 받아 어디에 어떻 게 썼느냐 보다 돈 받은 자체를 부도덕한 행위로 몰아가고 있다. 재벌의 등을 쳐서 강제로 돈을 빼앗아 사리사욕을 채웠다면 모 를까 자발적으로 낸 후원금을 받아 공익을 위해 썼고 사용 내 역 또한 인터넷에 투명하게 공 개됐다면 그리 문제 될 게 없지 않은가.

가난한 이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금을 내면 얼마나 내겠는 가. 가진 자가 더 많이 내는 것 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여 보수 언론과 한나라당이 “대기업의 돈을 받아 시민운동을 해도 되 느냐”는 식의 문제 제기는 본말 이 전도된 것으로 이는 평소 가 진 자들의 기부문화 확산을 통 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던 것 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박 원순 변호사가 야권 통합후보 로 확정된 직후 “박 후보가 인 사 청문회에 섰다면 벌써 낙마 했을 것”이라고 말해 빈축을 샀 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 라고 자화자찬하는 이명박 정권 의 인사 청문 기준이 어떤 것인 지 지난 3년여 동안 진절머리가 나도록 봐 온 국민에게 도대체 무슨 염치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불법과 비리로 얼룩진 대통령 의 측근 인사들을 지명하고 통 과시켜 준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평생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 한 박 후보에 대한 검증을 말할 자격이 없다. 신이 아닌 이상 털 어 먼지 안 나는 사람 없겠지만 박원순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 만큼 청정하게 산 사람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검증을 빙자한 보 수세력의 박원순 때리기가 계속 되겠지만 현명한 서울시민들은 틀림없이 박 후보의 진정성을 믿어 줄 것이다.

김중산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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