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1-10-0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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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의 달이
소나무 가지에서 내려와
벽돌집 모퉁이를 돌아갑니다

조금만 더 뒤로 젖혀지면
계수나무를 낳을 것 같습니다
계수나무는 이 가난한 달을
엄마 삼기로 하였습니다
무거운 배를 소나무 가지에 내려놓고
모로 누운 달에게
˝엄마˝
라고 불러봅니다

달의 머리가 발뒤꿈치까지 젖혀지는 순간이 왔습니다
아가야 아가야 부르는 소리
골목을 거슬러 오릅니다


벽돌집 모퉁이가 대낮 같습니다.

이향지(1942 - ) ‘시월 이야기’ 전문.

한적한 가을밤을 걷고 있습니다. 소나무 그늘을 지나자 보름달이 나타납니다. 벽돌집 모퉁이를 돌아서니 계수나무가 보입니다. 달이 배 속에 품고 있던 그 나무를 낳았나봅니다. 계수나무는 달에게 엄마라고 불러봅니다. 달은 아가야 아가야 부릅니다. 아가를 보는 엄마의 얼굴, 미소, 다정함이 온 누리에 번집니다. 세상이 따뜻해집니다. 환해집니다. 벽돌집 모퉁이가 대낮 같습니다. 시월의 어느 달밤이었습니다

김동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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