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우체국이 있다/ 나는 며칠 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 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안도현의 시 ‘바닷가 우체국’의 첫 부분이다.
미국에서 우체국을 그렇게 가슴 ‘두근거리며’ 감상에 젖어 바라봐야 할 날이 머지않았다. 지금은 거리마다 쉽게 눈에 띄는 우체국이 몇 년 후면 멸종위기의 ‘천연기념물’이 되고 말 전망이기 때문이다. 특히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 우체국 같이 인구 적은 시골의 수지타산 맞지 않는 우체국들은 조만간 폐쇄될 운명이다.
우정국은 미국에서 미합중국 보다 역사가 긴 기관이다. 미국이 독립하기 1년 전인 1775년에 창설돼 이제껏 이 드넓은 영토에서 일어나는 모든 공적이고 사적인 일이며 관계들을 연결시키는 동맥 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 사이 전보가 생겨나고 전화가 발명되어도 편지는 편지 고유의 영역을 지켜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게 되었다. 인터넷 문화가 너무 거세서 편지 문화는 바람 앞의 촛불 신세이다.
미 우정국의 사업부문 간부인 황용택씨는 “우정국이 일반 기업이었다면 벌써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정국의 적자는 현재 연 100억 달러. 지난 2007년 이후 우편량은 무려 30%가 줄어들었는데 인건비 등 고정경비는 그대로이니 적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갖가지 경비절감 방안들이 나오고 있는 데 그중 하나가 주 5일 배달제. 토요일에는 우편배달을 하지 않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재정적자 감축 방안의 일환으로 이를 지지, 의회의 승인만 있으면 당장 내년 1월1일 부터라도 시행 가능하다.
황씨에 의하면 토요일 배달을 없앰으로써 얻는 경비절감 효과는 연 31억 달러. 토요일은 일주일 중 우편 량이 가장 적어서 월요일에 한꺼번에 몰아서 배달해도 충분히 소화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도 주 6일 배달이 안되는 외딴 지역들. 이들 지역의 배달 횟수가 더 줄어들면 우편으로 처방약을 받는 환자 등 시골 주민들의 삶의 질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정국이 추진 중인 또 다른 방안은 마을 우체국 제도. 은행이나 수퍼마켓, 꽃집 등 지역 비즈니스 업체가 우정국과 계약을 맺고 우정업무를 대행하는 제도이다. 이들 업체로서는 고객들의 발길을 더 끌어들일 수 있고, 우정국으로서는 우체국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어 서로 이득이 된다는 계산이다.
또 하나 검토 중인 아이디어는 우편함 빌딩 시스템. 집배원이 우정국 차량을 운전하며 집집마다 우편물을 배달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대단히 경비가 많이 드는 방식이다. 대신 개개인이 정해진 빌딩으로 가서 직접 우편물을 찾아가게 하자는 아이디어이다.
이런 방안들을 통해 이루려는 것은 인원 감축과 적자 우체국 폐쇄. 전국의 58만4,000명의 직원 중 절반 이상을 줄이고, 3만3,000개 우체국 중 2/3 이상을 폐쇄해야 수지타산이 맞다니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위의 시에서 말하듯 “이 세상의 모든 길이/ 우체국을 향해 모였다가/ 다시 갈래갈래 흩어져 산골짜기로도 가는” 그런 시대는 이제 지났다. 토요일에 편지 받는 일은 더 더욱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니 더 이상 구경하기 어려워지기 전에 ‘옛 사랑이 살던 집’ 바라보듯 우체국을 한번쯤 눈여겨 봐둘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