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1-09-27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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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양 아래서 마르고 말라, 딱딱한 소금이 되고 싶던 때가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쓰고 짠 것이 되어 마대자루에 담기고 싶던 때가 있었다. 한 손 고등어 뱃속에 염장질러 저물녘 노을 비낀 산굽이를 따라가고 싶던 때도 있었다. 형형한 두 개 눈동자로 남아 상한 날들 위에 뿌려지고 싶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이 딱딱한 결정을 버리고 싶다. 해안가 함초 숲을 지나, 유인도 무인도를 모두 버리고, 수평선이 되어 걸리고 싶다. 이 마대 자루를 버리고, 다시 물이 되어 출렁이고 싶다.

이건청(1942 - ) ‘소금’ 전문

세상을 썩어 문드러지지 않게 만드는 소금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제일 쓰고 짠 것이 되어야만 한다. 남보다 더 바르고, 깨끗해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젊은 날이 지나고 나면, 무엇이 되고자 했던 강박관념은 교만이 될 수도 있으며, 내 자신을 마대자루에 구속시키는 행위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낀다. 세상은 그만 두고라도 내 가정, 내 몸 하나 썩지 않고 살아가게 하기도 쉽지 않구나.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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