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초코파이의 위력

2011-09-27 (화) 12:00:00
크게 작게
라면이 160만개나 된다. 영아와 유아용 영양식이 140만개이고, 과자는 30만개. 그리고 최고 인기 품인 초코파이는 192만 개를 헤아린다. 이 모두를 돈으로 따지면 50여억 원에 이른다.

한반도에 일찍이 그 예가 없을 정도로 많은 비가 쏟아졌다. 그 폭우로 북한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그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해 한국정부가 마련한 구호 식품이다.

그 명세를 북측에 통보했다. 그런데 3주가 되도록 답이 없다고 한다. 말 그대로 사람들이 굶어죽을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왜 받아들이지 않고 있나.
관련해 관심을 끄는 것은 최근 보도 된 두 가지 북한 발 사건이다. 여기서 그 답이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해서다.


그 첫 번째는 일본 해상에 표류한 9명의 탈북자와 관련된 사건이다. 두 번째는 북한에 전단을 날리는 활동을 하고 있는 한 국내 단체 대표를 독침으로 살해하려던 북한 간첩이 체포된 사건이다.

첫 번째의 경우를 보자. “한국의 드라마를 보고 한국을 동경하다가 탈북 했다.” 일본해상으로 표류한 탈북자들이 일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한국의 드라마 등 영상물이 북한 주민의 의식변화는 물론이고 행동을 유발하는 동기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류 영상물이 그만큼 퍼져 있다는 이야기이다.

간첩이 대북전단을 날리는 단체 대표를 타깃으로 테러를 기도했다. 두 번째 사건이다. 이것이 말하는 것은 대북전단이 그만큼 북한 주민들에게 호소력이 크다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독침살해 특공대 파견이란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을 테니 하는 말이다.

“알게 되면 바뀐다.” 탈북자들의 말이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의 발전상을 알고 북한 체제의 기만적인 속성을 알면 사단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한류를 통해 한국의 발전상이 알려진다. 전단을 통해서는 김정일 체제의 진짜 얼굴이 점차 드러난다. 그게 위험수위에 이르면서 북한 사회가 안에서부터 요동을 치고 있다. 그 사실을 이 두 사건은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앞서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왜 북한당국은 한국정부가 마련한 구호식품을 받아드리는 데 미적거리고 있을까. 체제유지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어린이 영양식에서, 과자, 라면에 이르는 522만개의 북한수해지원 식품에는 개별포장마다 ‘대한적십자사 대한민국기증’이란 마크가 표기돼 있다고 한다. 그 한류 식품이 굶주린 북한 주민에게 여과 없이 전달될 때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인가.

생각만으로도 몸서리를 칠 지경이다. 북한 정권으로서는. ‘made in Korea’의 마크가 선명한 라면을, 초코파이를 이들은 그토록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왜. 알게 되면 바뀌니까.

굶주림에 지친 북한 어린이들의 그 애처로운 눈망울, 그 모습이 왠지 자꾸 눈에 밟힌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