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1-09-22 (목) 12:00:00
제비가 떠난 다음 날 시누대나무 빗자루를 들고
제비집을 헐었다. 흙가루와 함께 알 수 없는
제비가 품다 간 만큼의 먼지와 비듬,
보드랍게 가슴털이 떨어진다. 제비는 어쩌면
떠나기 전에 집을 확인할지 모른다.
마음이 약한 제비는 상처를 생각하겠지.
전기줄에 떼 지어 앉아 다수결을 정한 다음 날
버리는 것이 빼앗기는 것보다 어려운 줄 아는
제비떼가, 하늘높이 까맣게 날아간다.
이윤학(1965 - ) ‘제비집’ 전문
제비가 새끼를 낳아 가족을 일구던 보금자리를 버리고 멀리 떠나기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을 모으기 위해 다수결이 아니라 만장일치로 결정했을지도 모른다. 십 년 가까이 미국에서 살다가 얼마 전에 한국으로 역이민 간 후배를 떠올린다. 그날 아침 공항에 데려다주러 갔을 때 마음 약한 새끼 제비들이 눈시울을 붉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헤어짐과 만남을 되풀이 하는 것은 우리들의 운명. 건강한 날개와 꿈을 가졌다는 의미.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