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1-09-1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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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붉은 감잎 날아와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메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들리리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메 단풍 들것네”

김영랑(1903 - 1950)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전문

사투리를 희화한 코미디에서와는 달리, 전국을 다니며 젊은 처자들이 쓰는 사투리를 실제로 들어보았더니 어디에서든 노래처럼 아름답게 들렸다. 아마도 그네들이 자기의 짝을 매혹시킬 수 있도록 조물주가 최상의 목소리를 선물해주셨기 때문이리라. 아름다운 말이 시라면, 시를 쓰기 위해 아가씨들이 쓰는 말을 옮겨 적도록 귀기울여볼 일이다. 일찍이 언어의 연주자인 김영랑 시인이 시골 처자의 사투리를 그대로 받아 적은 이유도 이제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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