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기가 된 엄마’ 위해 곳곳 휠체어 경사로

2011-09-13 (화) 12:00:00
크게 작게

▶ 휠체어용 밴·층계용 리프트 설치 거동하기 쉽게

▶ 24시간 돌봐… 파킨슨병 환자 간병인 모임 만들어

■ 루이소체 치매 친정어머니 3년째 간병 리비아 김씨
집안에 환자가 있으면 아무래도 분위기가 어두워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헌팅턴비치 타운홈에서 파킨슨병과 치매가 섞인 루이소체 치매(diffuse lewy body dementia)를 앓고 있는 친정어머니 김정자(87)씨를 3년째 간병하고 있는 리비아 김씨(한국명 김자경)네 집은 환자가 있는 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밝고 에너지가 넘친다.


대문 입구에서부터 집안에까지 곳곳에 휠체어에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어머니를 위해 경사로를 만들어놓고, 휠체어에 어머니를 모신 채 바로 차에 태울 수 있는 밴도 마련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경우 차를 개조하기도 하지만 김씨는 휠체어용 차를 중고차로 운 좋게 크랙리스트에서 2만9,000달러에 구입했다. 김씨에 따르면 휠체어용 차는 새차로 구입할 경우 4만~5만달러 선. 집안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에는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이동할 수 있는 전기 리프트의자도 마련돼 있다.


전문 간병인 못지않은 리비아 김씨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 다양한 안전도구나 실생활에서 쓰기 쉬운 의료기구들이 많다”며 “이런 도구와 기구들은 환자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간병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돼 서로 편하다”고 말했다.

아무리 친정어머니라도 보통 노인과는 다른 병을 갖고 있는 환자를 모시기는 쉽지 않다. 루이소체 치매는 파킨슨병 증상이 있는 치매다. 치매 중 알츠하이머병은 40~45% 정도를 차지하고, 루이소체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20% 정도를 차지한다.

하지만 어머니 김정자씨는 다른 치매 환자와는 달리 얼굴이 무척이나 밝다. 아이같이 웃음도 많다. 딸 김씨는 매일 밤 중간에 한 번씩 잠에서 깨야 한다.

병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어머니의 몸을 한번 뒤집거나 자세를 바꾸어주고, 기저귀를 갈기 위해서다.

그는 어머니 때문에 미 주류사회에서 열리는 세미나, 환자 및 간병인 모임에 나가다가 2009년 한인들을 위한 파킨슨병 서포트 네트웍(Korean American Parkinson Support Network, KAPSN)인 한인 파킨슨병 환자와 간병인을 위한 모임도 만들었다.

김씨는 어머니를 간병하는 삶에 대해 “24시간 매일 어머니를 돌보아야 하기 때문에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점이 단점이지만 어머니와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보람과, 또 이를 통해 단체도 만들어 남을 돕게 된 것 등 얻은 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애기 같다”고 말하는 김씨를 옆에서 도와주는 조력자는 미국인 남편 스티브 말레스키씨다.

“일주일에 2일 정도 따로 고용한 간병인이 오는 것 말고는 엄마와 늘 함께 해요. 같이 식당에도 가고, 샤핑몰에도 가고, 공원, 미술관, 도서관 등등. 주말에는 남편과 함께 셋이서 나들이를 가죠. 가장 좋은 건 매일 저녁식사를 끝내고 셋이 함께 TV를 보는 거예요. 남편과 어머니가 함께 맥주를 마시기도 하죠”

인터뷰 중간 중간에도 김씨는 어머니와 끊임없이 눈을 맞추고 대화했다. 어머니는 간간이 밝은 웃음을 짓는다. 모녀 사이에 밝은 에너지가 넘쳐난다.


글 정이온 객원기자·사진 박상혁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