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9.11사태가 없었다면

2011-09-07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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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상징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민간 여객기가 자살폭탄 무기로 사용됐다. 전혀 상상치 못 한 공격행위였다. 그 경악할 장면을 전 미국은 똑똑히 보았다. 그 충격, 그 상처는 1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생생하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저마다 9.11 특집을 내고 있다. 학술단체들은 9.11 테러가 남긴 과제진단에 바쁘다. 그리고 9.11 테러 10주년을 전후해 또 한 차례의 테러 공격이 있을 가능성에 대비해 주요 시설에 대한 경계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완전히 ‘9.11’모드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한 가지 질문이 던져졌다. 9.11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이 났을까 하는 것이다. 하버드대학의 닐 퍼거슨은 그랬을 경우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됐을 지를 이런 식으로 풀어갔다.


2001년 어느 날 리처드 클라크 테러담당 조정관으로부터 중요 보고가 있었다. 알 카에다의 공격 가능성에 대한 경고다. 콘돌리자 라이스 대통령 안보보좌관은 그 보고서에 주목했다.

바로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한 가지 결정이 취해졌다. 테러집단 분쇄 행정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특공대가 투입됐다. 비밀작전이 전개된 것이다. 그리고 오사마 빈 라덴 등은 체류 중인 아랍국 당국에 의해 체포된다.”
3년 후 이 비밀작전 내용이 폭로된다. 뉴욕타임스가 대서특필을 한 것이다. 민주당 대통령후보 존 케리는 즉각 공격에 나선다. 이야말로 부시행정부의 범죄행위라는 규탄과 함께.

빈 라덴도 옥중에서 성명을 낸다. 아주 격렬한 성명이다. 전 아랍권이 분노로 치를 떤다. 결국 일이 터졌다. 카타르 정부가 무너졌다. 쿠웨이트도 무너지고 사우디아라비아 왕정도 붕괴됐다.

‘누가 중동을 잃게 했나’-. 전문가란 사람들은 저마다 한 마디하고 나선다. 비난은 결국 조지 부시 한 사람에게 모아진다. 그 여파를 타고 2004년 대통령 선거전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

사우디 왕정이 붕괴되고 들어선 것은 오사마 빈 라덴의 아라비아 공화국이다. 그 아라비아 공화국 수도 리야드에서 한 중대 사태가 발생한다. 리야드주재 미국대사관이 이슬람이스트 근본주의 집단에게 인질로 잡힌 것이다.

무슨 말인가. 10년 전 9.11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또 이라크를 침공하는 사태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아랍의 봄’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대신 찾아온 것은 ‘아랍의 겨울’이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이고 쿠웨이트, 카타르 등 친미 중동지역 산유국으로 불리는 모든 나라에 이슬람이스트 근본주의 정권이 들어서는 사태를 말하는 것이다. 중동지역의 정치지도는 오늘날 상황과 사뭇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론은 무엇인가. 911 사태에 가장 큰 충격과 변화를 겪게 된 나라들은 미국보다는 오히려 빈 라덴 등 테러리스트를 배출한 나라들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부메랑 효과라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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