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법인간’은 없다

2011-08-2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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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이라 말하면 어떤 단어들이 먼저 떠오르는가. 네이버 검색창에 ‘불법’이라는 단어를 넣으면 ‘불법다운로드 사이트’ ‘불법토토’ ‘불법주차’ ‘불법대출’ 같은 내용들이 따라 나온다. 이처럼 ‘불법’이라는 말은 아주 부정적인 이미지의 것들, 혹은 남들에게 큰 폐를 끼치는 행동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홍주영 학생 체포 사건에 대한 한인사회와 한인언론의 따스한 시선은 나에게 큰 행복을 안겨 주었다. 나 역시 주영씨의 친구이자 또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서류미비자 학생이기 때문에 우리들의 이야기가 한인사회에도 알려져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을 받는 것이 좋았던 것이다.

하지만 서류미비자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항상 안타까운 점이 하나 있다. 각종 매체에 올라 온 우리들의 이야기를 보면 헤드라인에 ‘불체학생
○○○ “공부하고 싶어요”’ 등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불체‘라는 단어를 대하면 우리는 깊은 소외감을 느낀다. 누구에게도, 심지어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도 함부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나의 신분 문제에서 오는 외로움과 다른 사람들처럼 이곳 언어와 문화를 익히며 열심히 살아왔지만 신분 문제로 인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불분명한 나의 미래에서 오는 박탈감 같은 것 말이다.


여러 조사들에 의하면 미주에 거주하는 한인 여섯 명 중 한명은 체류신분이 없다고 한다. 서류미비자 학생들 대부분은 어렸을 적 부모님의 손을 잡고 비행기를 탄 죄 밖에 없다. 우리는 마약거래자, 살인마, 도둑이 아니다.

‘서류미비자’는 중립적이고 올바른 단어이다. 미주 히스패닉 언론들도 ‘inmigrantes ilegales’(불체자)라는 단어보다 ‘inmigrantes indocumentados’ 혹은 ‘sin papeles’(서류미비자)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미국 언론도 ‘Drop the I-Word’라는 캠페인을 통해 이민자들의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비록 단어 하나이지만 나와 같은 서류미비자에게는 정체성을 주는 말이다.


최명근/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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