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융자의 활성화가 시급하다

2011-08-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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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준 칼럼>

지난달 7월 미국이 채무불이행(디폴트)선언을 할지도 모른다고 세계가 벌벌 떨며 지켜보고 있을 때, 민주 공화 양당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만 초점을 맞추고 줄다리기를 했었다.

미국 국민 대다수가 양당의 늦장협상에 진저리를 치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을 보면서, 이럴 때 쓰는 사자성어는 어떤 말인가 궁금했었다. 지구상 어느 곳에 있든지 인터넷만 연결되면 불과 몇 초만에 알고 싶어하는 것, 어떤 것도 알려주는 지식 백과사전을 통해 찾아낸 고사성어가 “민귀군경”이다.

다소 생소한 말이긴 하지만, 이 말은 맹자의 진심편에 나오는 말로 ‘백성이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라는 뜻이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책결정자들이 나라의 근본인 국민을 존중해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보다 국민위에 군림하는 힘센 자가 되고자 관권을 취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어느 국가 어느 시대에나 있는 그런 위정자들에게 들려주어야만할 말이다.

마지막 순간에 간신히 양당의 합의로 디폴트의 사태를 면했으나, 이로 인해 미국의 신용등급은 떨어지고 경기가 회복되기에는 아직도 먼 길을 가야할 것만 같다.

경제지표들이 보여주는 높은 실업률, 미국경제, 특히 캘리포니아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인플레이션과 세계적인 경기 저하로 인한 무역감소, 그리고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국가들의 경제 파탄 등 당분간 호경기를 기대하기에는 넘어야 할 높은 산들이 너무 여럿인 것 같다.

2008년의 서브프라임사태로 인한 금융위기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대응 등으로 어느 정도 진정되고 느리기는 하지만 이미 지표상으로는 불경기에서 벗어났다는 발표가 지난 해에 있었고 우리들 대부분이 올해쯤엔 체감경기도 눈에 띄게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의 경기는 대공황 때 보다 더욱 어렵다는 이번 불경기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다시 더 심각한 이중 침체가 올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추세이다.

부동산업에 종사하면서 수 없이 들어왔고 필자도 신입 에이전트 교육을 하며 또는 부동산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고객들에게 자신 있게 권해 오던 부동산 투자의 금과옥조라 할 수 있는 ‘레버리지’(leverage)효과가 지난 십여년간 무슨 요술 지팡이처럼 쓰여서, 주택시장이 과열되고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를 수렁에 빠트린 오늘날 같은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즉 적은 돈을 가지고 모자라는 부분은 남의 돈을 빌려 부동산 투자를 하여 이윤을 극대화 시키는 지렛대효과를 보자는 것이, 잘못 운용되어 개인의 재정이 파탄난 것은 물론이고 정부의 신용문제로 까지 번지게 된 것이다.

아직까지도 미국 경기침체의 원인이 된 부동산시장은 바닥까지 도달했는데도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2년 이상은 침체상태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부동산경기가 활성화 되어야만 미국경제가 살아난다.


그리고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경기불황과 맞물린 주택경기의 하락으로 많이 떨어진 집값에 유례없이 낮은 이자율 등 주택구입의 최고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많은 바이어들이 주택을 구입하고 있으며 더 많은 예비바이어들이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모기지 융자의 심사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주택의 수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국책 모기지기관인 페니매와 프레디맥이 융자의 심사기준을 완화해주고 시중은행들이 융자노트를 쉽게 팔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한다.

뱅크오브 아메리카를 비롯한 시중은행들이 부동산 관련융자를 많이 하고 싶어도 그렇게 못하는 이유가 이처럼 까다로운 심사기준 때문이다.

융자가 활성화 되지 않으면 주택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며 그에 따라 건축업을 비롯한 부동산업과 연계된 모든 비즈니스가 위축될 것이고 경기전반에 영향을 미쳐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그래서 경기회복이 지연되면 당연히 일자리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그 동안 바로 눈앞의 수익만을 보고 다운페이가 없어도, 크레딧이 나빠도, 융자 후에 페이먼트를 할 수 있는 능력은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무조건 융자를 해 주던 은행들이, 지금은 20%이상의 다운페이가 준비되고 크레딧이 좋아도 다운페이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무시해도 될만한 이유 등으로 융자를 꺼리고 있다.

물론 페니매나 프레디맥의 까다로운 심사 때문이다. 페니매의 감사로 인하여 금년 상반기에 세금보고내용이 없어도 융자가 되는 ‘SISA’(Stated Income, Stated Asset)융자를 주로 하던 모기지 전문은행이 문을 닫는 극단적인 일이 생겨 융자시장이 다시 얼어붙었다.

위험부담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라도 융자 심사기준을 완화시켜 준비된 바이어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할 일이다.

부동산경기가 활성화되어야 미국의경제가 살아난다. 다시 말하자면 미국 경제가 살아나려면 부동산융자가 쉬워져야 한다.

지난번 2차 양적완화 조치로 돈은 이미 많이 풀려있다. 대량으로 풀려나간 돈이 쓰이지 않고 낮잠을 자고 있는데, 이 돈을 생산적인 용도로 쓰이도록 정부가 조치를 취해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내일(26일)있을 버냉키 연준의장의 경기부양책 발표에 기대를 해본다.


정연중
(213)272-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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