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1-08-2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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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따위 곳에 왜 날
낳아놓은 거야?
딸이 어미에게 대든다
채널을 돌린다
사람 말고는 아무도
이 따위 곳이라고 하지 않는다
누의 살점을 찢고 있는 사자 무리 곁에서
누들이, 제 동족의 피가 튄
풀을 뜯고 있다
울지도 웃지도 않고
먹는다
식사가 끝나자 누도 사자도
발아래 이 따위 곳 따위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피 좀 본 거로는 꿈쩍도 않는
노란 지평선을 본다
어쩌다 사람만이 찾아낸
불만의 거주지
혼돈의 부동산
이 따위 곳

이영광(1967 - ) ‘이 따위 곳’ 전문

연속극을 보다 채널을 돌려 동물 다큐를 본다. 동족이 뜯어 먹히고 있는 순간에도 누들은 풀을 뜯고 있다. 동물들은 자신들의 웃음과 울음을 삼키며 묵묵히 삶을 살아내고 있다. 동물의 세계는 사람 사는 세상과 다르구나. 사람은 조금만 힘들어도 쉴 새 없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지 않은가. 물과 산소가 있고 곡식과 과일이 영그는 ‘이 따위 곳’이, 이 우주 안에 도대체 어디에 또 있다는 말인가.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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