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건국기념일이자 광복절을 맞으면 항상 관심을 끄는 것이 있다. 한국정부의 대북제안이다. 그리고 사면이다.
올해는 다른 이슈가 선점했다. 이승만 초대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문제다. 공영방송 KBS가 8.15를 맞아 이승만의 생애와 제1 공화국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키로 한 데에서 비롯됐다.
1년여에 걸쳐 제작됐다. 작품에 대한 평가도 좋았다. KBS가 선정한 외부 자문단이 A 플러스를 줄 정도로. 한 마디로 인물평가에 균형이 잡힌 ‘모처럼의 공영 방송사다운 작품’이라는 것.
그 ‘모처럼의 다큐멘터리’가 KBS의 전파를 타지 못했다. 방송을 강행할 경우 KBS사장 퇴진 운동을 펼치겠다는 좌파단체들의 엄포에 굴복을 한 모양이다.
‘그는 뭐하나 내세울 게 없는 악의 화신이다. 일제강점기에 보인 행적도 그렇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이런 그의 권력의지와 미 제국주의 전략의 야합물이다. 대한민국은 그러므로 태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나라다’
한국의 좌파들이 이승만과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 연장에서 이승만을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는 독재자를 미화하는 작업일 뿐이라는 주장과 함께 방송저지 운동을 펼쳐온 것이다.
이승만은 오직 독재자에 불과할까. 관련해 관심을 끄는 한 가지 조사가 있다. KBS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 역대 대통령 평가다. 1위는 박정희 대통령이었고 이승만 대통령은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무엇을 말하나. 이승만에 대해 일반인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이승만이 말년에 독재정치를 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과(過)에 못지않게 공(功)도 크다’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다. 그들은 ‘이승만의 과는 분명하다. 그러나 공은 찬란하다’고 말한다. 이승만을 국내의 한 정치인은 ‘공은 7, 과는 3’의 인물로 평가한다.
누가 뭐래도 이승만은 대한민국을 세운 초대 대통령이다. 그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선택은 경제개발과 민주화에 동시에 성공한 나라의 모델로서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게 했다.
그리고 6.25 막바지에 미국과 싸우다시피 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이끌어냈다. 또 평화선을 그어 요즘 한일 간의 현안문제가 된 독도를 실효 지배해 온 것도 이승만의 대표적 업적으로, 그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이루어져야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제 자리를 찾게 된다.
중국의 등소평은 문화혁명시절 모택동에 의해 두 차례나 숙청을 당했다. 그러나 등소평은 제 1인자로 부상한 후 모택동 폄하에 앞서 그의 공적을 먼저 인정
했다. 상당히 균형이 잡힌 판단이다.
한국의 좌파인사들에게서 이런 자세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