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1-08-09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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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레기 한 마리 날아와
나무에게 키스했을 때
나무는 새의 입 속에
산수유 열매를 넣어주었습니다

달콤한 과육의 시절이 끝나고
어느 날 허공을 날던 새는
최후의 추락을 맞이하였습니다
바람이, 떨어진 새의 육신을 거두어 가는 동안
그의 몸 안에 남아 있던 산수유 씨앗들은
싹을 틔워 잎새 무성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나무는 그렇듯
새가 낳은 자식이기도 한 것입니다


새떼가 날아갑니다
울창한 숲의 내세가 날아갑니다

유하(1962 - ) ‘나무를 낳는 새’ 전문

새는 과일을 먹고 거름과 함께 씨를 배설해서 나무를 옮깁니다. 물고기의 알을 발에 묻혀 먼 산 속의 호수에 건네주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키스입니다. 사람도 바람과 키스하고, 들짐승도 물과 키스합니다. 찌르레기가 산수유나무와 키스할 때 나무는 새의 입에 산수유 열매를 넣어줍니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것 같은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그래서 키스는 울창한 숲의 내세이기도 합니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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