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방의 등불’가능한가

2011-07-22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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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위상이 세계무대에서 높아져 가고 있다. 한국의 국위 선양의 예로 거론되는 내용을 보면 조지아 애틀랜타에 걸려 있는 기아 자동차에 대한 감사 현수막, 일본과 미국을 누른 현대 자동차의 승승장구, 셀폰과 TV에서 세계의 선두를 달리는 삼성과 LG, 세계 1위를 탈환한 조선업계, 세계 최대의 간척지 새만금을 완성한 현대 건설, 세계 최고의 빌딩을 지은 삼성 등 전부 한국의 대기업들이 이룬 업적들이다.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성공 역시 많은 사람들은 김연아 선수와 나승연 대변인에게 공을 돌리지만, 실상 그 모든 것을 이루어 낸 것은 3명의 재벌 총수들, 삼성의 이건희 회장(IOC 위원), 한진의 조양호 회장(유치 위원장) 두산의 박용성 회장(대한 체육회장)이다.

실제로 국내 총생산은 올라가고 개발국 중에는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 2008년 미국 발 금융 대란을 극복한 나라로서 세계 각국의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그러한 부의 창출이 과연 얼마나 국민 전체의 복지와 행복에 기여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나라 전체의 부는 늘어나지만 일반 소시민의 실제 수입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이제는 상식이 되었다.


처참할 정도로 중소 하청기업들을 쥐어짜는 대기업의 횡포, 될 수만 있으면 임시직으로 직원을 고용해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대기업들의 행태, 소시민들이 운영하는 소매상까지 독점하려고 달려드는 재벌들의 탐욕, 그로 인해 설 자리를 잃고 무너져 가는 중산층 시민들의 고난 등. 아마도 지금의 한국을 세계 제일 재벌공화국이라고 불러도 무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이룬 재벌 총수들의 공통점은 세 명 모두 부패관련 죄로 형무소에 갔다 왔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들이 겪을 고난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어떤 불법적인 수단을 써서라도 부를 축적하는 것이 극에 이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한국에는 수많은 외래 사상의 거의 압도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고 전해 내려오는 뿌리 깊은 가치관이 있다. ‘홍익인간’이라는 한 마디로 간결하게 표현되는 사상이다.

이 가치관의 독특한 점 중 하나는 형이상학적인 가치 체계나 선험적 도덕규범에 대한 무관심이다. 그저 “널리 다른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 전부이다. 무슨 믿음을 가졌든, 무슨 일을 하든, 지위의 고하에 상관없이, 그저 다른 사람들을 널리 이롭게 하면 ‘좋은 사람’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상인가.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말한 소위 ‘축의 시대(Axial Age)’에 석가모니, 소크라테스, 공자, 예수 등의 성인들이 공통으로 도달한 황금률, “다른 사람들이 네게 해주기를 원하는 것과 같이 다른 사람들에게 행하라”는 말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조선시대 이 아름다운 삶의 태도가 외래 철학과 종교로 무장된 지배계층의 무자비한 착취의 대상이 되었을 때 상민들은 민족과 국가 전체가 아니라 혈연 및 지역 공동체만을 방어하는 생존 작전으로 대응하였고, 이에 대해 관리들은 상민들을 더욱 포악하게 다루었다. 이러한 극심한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의 괴리는 결국 조선조를 망하게 하고 일제의 통치 밑에 들어가는 수모를 겪게 했다.

온 국민이 우리나라의 개국이념인 홍익인간을 구현하여 진정으로 타고르가 예언했던 대로 ‘동방의 등불‘이 될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김철회
법정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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