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변함없는 엄마의 손맛 “20년 단골 많아요”

2011-07-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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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릿골

유학왔다 1990년 개업… 장소 이전 새롭게 오픈
전주 부모님 한식당의 가마솥 가져다 사용
생삼겹 김치찜·이북식 물냉면·한방 삼계탕 인기

“싸릿골에는 어린 시절 모든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이죠” 웨스턴과 12가 코너의 세종 플라자 내 위치해 있는 ‘싸릿골’(대표 비비안 박)은 참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비비안 박 대표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음식점을 하시던 부모님의 이야기, 전주 싸릿골에서 먹던 맛깔 나는 음식 이야기까지 ‘싸릿골’의 음식을 소개하는 박 대표는 어느새 어릴 적 추억에 잠겨 있는 듯 했다. 한인타운에서 21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싸릿골’. 이곳 음식들은 부모님이 해주시던 음식들의 손맛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등 손쉽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임에도 불구하고 ‘싸릿골’을 찾는 손님들이 하나 같이 ‘특별하다’라고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들여다보았다.


박 대표의 어린 시절 기억에는 전주 ‘문화회관’에서 놀던 기억들로 가득하다.


전주에서 잘 나가는 한식 음식점을 운영하셨던 부모님에게서 어깨 너머로 음식 만드는 것을 배웠고 박 대표도 어느 정도 ‘맛있다’하는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그 후 박 대표는 80년도에 무작정 막연하게 미국 유학 길에 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90년도에 올림픽과 세라노에 싸릿골을 오픈하게 된다.

“그 때는 규모도 그다지 크지 않았죠. 그저 부모님의 손맛을 이어나가기로 결심했을 뿐입니다”고 말하는 박 대표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싸릿골’이라는 이름의 가게를 오픈했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했다.

손맛이 워낙 뛰어났던 박 대표였기에 싸릿골을 오픈한 후에도 다양한 요식업으로 발을 뻗어 나갔다. ‘서라벌’이라는 한식집도 운영했고, 레돈도비치의 ‘해변횟집’도 운영했던 적이 있다고. 그러다 박 대표는 모든 가게를 시간 차를 두고 인계한 후, 지난해 잠시 한국으로 들어갈 생각을 한다.

그러나 박 대표는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 ‘싸릿골’이 사정이 어려워져 문을 닫게 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박 대표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꿈이 한 순간 물거품이 돼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싸릿골’을 다시 인수하게 되고 지금의 세종 플라자 내로 자리를 옮기고 새롭게 오픈하게 됐다고 배경을 전했다.

박 대표의 추억이 담긴 ‘싸릿골’인 만큼 지금의 싸릿골에도 부모님의 흔적이 남아 있다. 부모님이 전주에서 음식점을 하실 때 쓰던 가마솥을 직접 한국에서 가져온 것. 음식점을 오픈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부모님의 정성과 땀이 묻어 있는 가마솥을 사용 중이라고. 박 대표는 “가마솥은 부모님이 내게 남겨준 소중한 유산”이라고 말했다.

‘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집’이라는 기존 ‘싸릿골’의 이미지 덕분에 다시 가게를 오픈한 이후에도 단골손님들은 여전히 ‘싸릿골’을 잊지 않고 찾아와 주었다. 박 대표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음식 맛을 사랑해 주는 단골손님들에게 항상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토록 단골손님들이 변함없이 맛있다고 말하는 이곳 음식의 특징은 무엇일까.

‘싸릿골’에서는 재료의 70%를 한국에서 직접 들여온다고 한다. 김치는 직접 담그고 숙성된 김치만을 사용하며 음식에 사용하는 모든 고기는 한 번도 얼리지 않은 생고기를 사용한다고.

이곳 음식의 특징을 설명하며 테이블 위에 내놓은 ‘생삼겹 김치찜’은 박 대표의 설명 그대로였다. 묵은지를 길게 쭉쭉 썰어 듬뿍 담아냈으며 얼리지 않은 두툼한 생고기가 턱하니 올려져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김치찜을 보니 저절로 군침이 돌았다.

박 대표는 “맛도 맛이지만 큰 대야에 담겨져 나오는 김치찜의 푸짐한 양도 ‘싸릿골’의 인심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생삼겹 김치찜의 가격은 25.99달러.

더운 여름철을 맞아 이북식 물냉면도 선보였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직접 뽑은 메밀 면이 어우러진 것이 맛 또한 일품.

박 대표는 “이북식 물냉면의 포인트는 돼지고기 편육을 쓴다는 것”이라며 “동치미 국물과 어우러지는 돼지고기는 소화가 잘 되게 해 먹은 후에도 개운한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북식 물냉면의 가격은 7.99달러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싸릿골’에서 판매하는 한방 삼계탕(가격 17.99달러)도 빼놓을 수 없다. 인삼, 대추 등 20가지 한약 재료로 우려낸 한방 삼계탕은 깊은 맛을 자랑한다.

박 대표는 “여름철 자칫 기가 허약해질 수도 있는 분들을 위해 준비한 건강 보양식”이라고 말했다.

‘싸릿골’은 한인들에게 한식 고유의 맛을 인정받아 점점 규모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 다운타운에 싸릿골 2호점을 오픈한데 이어 토랜스 근처에 3호점도 오픈할 예정이라고.

박 대표는 “앞으로도 변함없는 맛과 가격으로 고객에게 최고의 맛을 선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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