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1-07-0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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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마시는 사이
그녀가 딸아이 둘을 낳았다
커피 한 잔 마시는 사이
공화국이 세 번 바뀌었다
커피 한 잔 마시는 사이
전역군인이 되었다
커피 한 잔 마시는 사이
아버지가 없다
커피 한 잔 마시는 사이
내가 반 이상 사라지고 있다

이성배(1961 - ) ‘커피 한 잔’ 전문

아버지는 살아계실 때 거울을 볼 때마다, “어쩜 이렇게 늙었을까. 참 잠깐이야, 잠깐” 하고 중얼거리시곤 했다. 그 ‘잠깐’을 어떤 사람은 ‘눈 깜짝할 새’라고 말하고 이 시인은 ‘커피 한 잔 마시는 사이’라고 표현했다. 그렇게 커피 한 잔 마시는 사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십년이 넘었고, 인생의 반이 마술처럼 사라져버렸다. 남은 반도 그렇게 빨리 없어질 것이다. 커피를 음미하며 천천히 마시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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