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1-07-0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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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계를 건너려 할 때
사람들은 비로소 제 몸을 들여다본다
죽음이나 이별 따위의 젖은 자리를 건널
때 육체처럼 무거운 것은 없다

히말라야를 넘는 새는
먼저 무거운 생각을 접는다
뼈를 접고 다리를 접어
머리와 몸통이 하나의 날개가 된다

밖을 지워버린
날개만 남은 새,
바람의 영법으로
새라는 고독한 이름의 끝을 향해 날아간다
날개의 고통과 날개의 멍과 날개의 핏줄이
가벼운 새를 만든다


피 묻은 날개로 백 리百里
갇히지 않는 상상력으로
천 리千里를 날아가는 것이다

새는 날아가 떨리는 첫 눈썹이 된다

서안나(1965 - ) ‘새, 날다’ 전문


‘1 킬로를 줄이면 10 킬로를 더 간다’ 전문 산악인이나 하이커들이 짐을 꾸릴 때 떠올리는 격언이다. 장거리를 배낭여행하는 ‘꾼’들의 짐도 초보자들의 그것보다 가볍고 간단하지만, 꼭 필요한 건 빠짐없이 들어있기 마련이다. 새들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낯선 세계로 멀리 날아가기 위해서 날개만 남기고 다 버린다고 한다. 무거운 생각을 먼저 버린다는 히말라야의 새들로부터 한 수 배운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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