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치의 세계화

2011-07-04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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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친구를 한국 설렁탕집으로 초대했다. 놀랍게도 처음 먹는다는 김치를 아주 맛있다며 잘 먹는다. 김치가 재료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고, 같은 김치도 담은 사람, 저장 기간과 방법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이라고 하니 무척 신기해 한다.
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때, 뉴욕타임스가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며 전통 음식으로 김치를 소개했다. 김치 담는 법을 설명하는데 배추의 ‘숨을 죽인다’ 를 ‘kill the breath’로, 김치가 ‘익는다’를 ‘reborn’으로 표현해 미국인들이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흥미로웠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직장 부근에 한인이 운영하는 델리 가게가 있었는데 내가 가면 같은 한인이라고 어김없이 한 켠에 김치를 담아주셨다.
하루는 그렇게 사온 점심을 직원용 라운지 냉장고에 잠시 넣어두었다. 한참 뒤 점심을 먹으려고 라운지에 갔더니 동료들이 코를 킁킁거리며 난리였다. “독개스인지 아니면 뭔가가 썩는 냄새가 난다”며.
순간 가슴이 철렁하였다. 내가 넣어놓은 도시락에서 나는 김치 냄새였다. 다들 못 참고 라운지를 뛰쳐나갔다. 누가 들어올세라 점심을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고 얼른 이빨을 닦고 껌을 씹었던 그 때의 당황함이란 지금 생각해도 진땀이 나는 것 같다.
그런 대접을 받던 김치가 지금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니 정말 놀랍다. 내가 아는 미국 친구들 중에도 김치 매니아가 꽤 있다. 생김치, 익은 김치, 심지어 묵은 김치를 다양하게 즐기고 어느 한국 가게의 김치가 값도 싸고 맛도 있다는 등 나름대로의 샤핑 노하우도 자랑한다. 미국 친구와 한국 식당에서 설렁탕에 깍두기를 나누어 먹으며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새삼 우리의 문화가 세계화의 시대에 당당한 주역이 되어 간다 생각하니 참으로 자랑스럽다.

이해운/의료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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