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1-06-3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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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약수를 찾는다

아프니까 약수를 마시고 약수에 말 걸고 약수와 악수한다
약수를 이해하고 약수를 지지하고
약수 앞에서 반성하고 약수여, 애원한다

약수 뒤에서 나의 졸렬을 인정한다 흰머리를 인정한다 주눅을 인정한다
모가지를 비틀 만큼 증오하려다가 인정한다
명령으로 가리키는 출구를 인정한다


담배를 물지 않고 인상 쓰지 않고 무위로 타협하지 않고
허리 굽혀 약수의 말을 듣는다
반항하지 않고 듣는다 배신하지 않고 듣는다
본디 아팠겠지만
아프니까, 아프니까, 약수를 찾는다

맹문재(1963 - ) ‘약수’ 전문


나이가 들면서 여기저기 아픈 데가 생기기 시작한다. 비록 그것이 견디기 힘들만큼 쓰디쓰지만 그만큼 좋은 약이 될 수도 있나보다. 아프지 않다면 누가 그까짓 약수 앞에서 그토록 머리를 조아리며 악수를 청하겠는가. 약수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모가지를 비틀 만큼 남을 증오하고 있는, 졸렬한 자신을 인정하겠는가. 아프니까 본디 아팠고 약했던 자신에 대해 알게 된다. 아프니까, 약수를 찾는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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