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의 탄생

2011-06-2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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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남부에 있는 구베클리 테페(그곳 말로 ‘배불뚝이 언덕’이라는 뜻)는 지금은 생소한 이름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당히 유명해질 가능성이 높다. 인류 최초의 신전이 세워진 곳이기 때문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최근호에서 구베클리 테페 유적을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이미 이곳이 새로운 관광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곳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94년이니까 20년이 채 안 된다. 그동안 매년 새로운 유적이 발견되고 있지만 아직도 발굴된 곳은 전체의 1/10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유물들만도 고고학사를 새로 써야 할 정도로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한다.

이곳을 가 본 사람들을 우선 놀라게 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집트 신전 규모의 돌기둥이 여기저기 묻혀 있고 거기 새겨진 동물 조각도 신석기 인들이 돌로 새겼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것이 만들어진 연도다. 전문가들은 구베클리 테페의 신전이 세워진 것은 지금부터 1만1,600년 전으로 추산하고 있다. 피라미드와 스톤헨지가 세워지기 7,000년 전이다. 농작물도 가축도 없었고 사람들은 작은 그룹을 이뤄 살며 수렵과 채집으로 연명할 때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거대한 건축물을 완성할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 정설은 조직화된 종교는 농업이 발달해 문명이 생기고 사람들이 거대한 대도시에 모여 살면서 사회적 조화와 질서 유지를 위해 탄생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구베클리 테페의 신전은 이런 정설을 완전히 뒤집고 있다.
공교롭게 이 일대는 이 지역 주요 곡물인 밀의 조상인 야생 밀이 흔한 곳이다.

농업이 탄생한 시기나 탄생한 지역이 구베클리 테페의 신전과 묘하게 일치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토대로 농업이 시작된 후 종교가 탄생한 것이 아니라 종교적 열정에 휩싸인 신석기인들이 신전 건설을 시작했고 신전 공사를 하느라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을 먹이기 위해 농업이 탄생했다는 새로운 학설을 내놓고 있다.

이 신전이 세워진 시기는 오랫동안 계속돼 온 빙하시대가 끝나고 날이 따뜻해지면서 얼어붙었던 동토에 새 생명이 움트기 시작하던 때다. 사람들은 생명의 신비에 새삼스럽게 눈뜨면서 종교적 의식을 갖게 된 것은 아닐까. 농사가 가능해진 것도 물론 날이 따뜻해졌기 때문이다.

먼 옛날 일어난 일을 지금 와서 이것이 진실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종교의 기원이나 농업의 탄생 같이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건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언제라도 흥미로우며 가치 있는 일이다. 구베클리 테페의 발굴 작업이 모두 이뤄져 오래된 미스터리가 풀리는 날이 빨리 오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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