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1-06-28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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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이 하, 그리 멀어
하늘도 흐리더니
독한 소주 몇 잔
달래어도 비는 오고

그 취한
포장집 불빛만
흔들리고 있어라.
그는 귤나무
그곳에 가 탱자 같을
흡사 시인 하나
잃어버릴 허탈함이

저문 강
바닥에 와선
신음소리만 했을라.


김종윤(1944 - ) ‘저문 강 - 김영수 이민 가던 날’ 전문

종윤 시인의 시조집을 읽다가 낯익은 이름을 만났다. 현재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영수 시인이다. 한국에 나갔을 때 김 시인의 안부를 묻는 한국의 시인들도 여럿 만난 적이 있다. 그의 인품과 남다른 다정함이 시인들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하고, 그리워하게 만들었으리라. 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 김영수 시인이 이민 오던 몇 십 년 전만 해도, 헤어지는 섭섭함을 소주로 다 달래지 못해 하늘도 눈물을 뿌려줄 정도로, 인연을 귀하게 여기는 풍토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김종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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