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쌀밥이 그리울 때

2011-06-25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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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상

사는 것이 힘들고 마음이 고단할 때, 갑자기 영혼이 허기짐을 느낄 때.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하얀 쌀밥이 먹고 싶다. 기름기 잘잘 흐르는 쌀밥에 잘 익은 김치 밥 숟가락위에 얹어 베어 물면…그 맛을 어디에 비교하랴!

마음의 텅 빈 구석은 쌀밥 익어가는 냄새로 채워지고, 엄마 보고픈 그리움도, 막 퍼낸 쌀밥 크게 떠서 입에 넣으면 포근한 엄마의 손길로 만져준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가 가슴 시리도록 보고 싶을 때, 그리움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 한 그릇에 담으면, 나는 여지없이 쌀밥을 한다. 뽀오얀 뜨물에 그리움 맑게 씻어 버리고, 조그만 솥에 안쳐 놓으면, 어느새 뚜껑을 밀어내며 김이 올라온다. 뚝배기에 된장 풀고 두부 큼직하게 자르고 파도 숭숭 썰어 끓이면, 온 집안에 가족의 냄새가 흐른다. 가슴이 설렌다.


가게에 오는 손님들에게도 나는 밥을 많이 준다. 대부분이 학생들이거나 혼자 사는 사람들이 다. 잘 먹고 힘내라고. 그런데 남편은 늘 불만이다. 적당히 줄 것이지 다 먹지 못하고 남기는데…

그래도 나는 꿋꿋하게 준다. 내 집에 온 손님들이 넉넉히 먹어야 기분이 좋다. 나의 이런 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관없이 말이다. 불경기로 지금 힘들어도 누군가 나를 챙겨준다는 사실을 기억하겠지 하는 바람으로.

바깥은 바람이 불고 비가 온다. 된장찌개와 김치 그리고 하얀 쌀밥! 내 밥상이 풍성하다. 속이 든든해진다. 힘내자, 힘!


김희숙/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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