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개 숙인 에이전트

2011-06-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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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많이 나빠질 수 있으니 안전하게 더 지켜 보자던 손님에게 이제 불경기는 끝나가고 있다.

깊은 계곡을 지나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했다. 캘리포니아 부동산협회의 공식적인 발표가 연초에 있었다.
미미하나마 회복세를 보이며 엎치락뒤치락 이라 하였다. 2009년에 이미 바닥을 찍었으니 이제는 올라간다.

거품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상적인 수준으로 무난하게 진입한다고 올 한해 부동산 경기를 예측하였다. 정상적인 수준의 가격이란 입장에 따라 다르기는 하다. 바이어는 아직도 20% 이상 떨어져야 하고 셀러는 이제 그만, 지금이 정상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6월, 정부에서 바이어에게 주는 8,000달러의 선물 공세에 많은 바이어들이 움직였다. 그 자체가 좋은 선물이었고 또 이대로 부동산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작용하였다. 실제 마켓상황 역시 가격과 세일의 숫자가 모두 증가하였다.

손님의 지나친 우려를 너무 신중한 탓으로 돌리며 봄, 여름에 걸쳐 부동산을 팔고 싶어 하는 셀러들과 가격 결정에 들어가기 시작하였고 시장에 매물을 선보였다.

물론 그 가격대는 2006, 7년보다는 20~30% 낮은 가격이라서, 셀러 쪽에서는 여전히 속상하는 가격이었다. 그래도 무난히 팔릴 수 있는 가격대라고 생각하였다.

4월 초, 사건이 터졌다. 전화로만 직업을 확인하고 세금보고서 없이 융자를 주던 프로그램이 많은 은행에서 금지되었다.

수입과 크레딧 기록 등에서 아주 양호한 조건이 아닌 이상 40% 이상을 다운해도 융자가 어렵다. 미국에서 전액 현금을 지불하고 집이나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는 바이어가 얼마나 될까? 거의 원천봉쇄 수준에 가깝다.

20만대 집이 팔려야 50만대가 팔리고, 그 다음에 200만대가 팔린다. 가격이 높아질수록 바이어의 수와 살 수 있는 능력은 피라미드형으로 급격하게 작아진다 하지만 그 시작은 또 낮은 가격, 첫 집 장만부터이다.

20만대 집을 살 수 있는, 대학을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는, 가정과 사회의 초년병인 첫 집 바이어에게 다운페이 할 8만달러가 있을까? 아니다.


다음으로 은행 매물이 시장을 여전히 짓누르며 개선의 기미가 없다. 급격한 추락을 막기 위해 속도조절을 하며 조금씩 매물을 투입하고 있다는데 이것이 과연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이견이 많다. 더하여 많은 자본과 현금 동원 능력을 지닌 투자자들의 사냥감에 지나지 않아 마켓에 찬 물을 끼얹고 있다.

전문가들인지라 일반 셀러보다는 아슬아슬하게 가격을 정하고치고 털고 이익을 보고 나간다. 본인으로서는 투자자와 경쟁하여 살 수 없다 하더라도 그 마음은 은행 매물의 가격대를 현재 시세로 받아들인다. 일반 매물을 보지도 사지도 않는다. 사라진 바이어들이다.

이번 주 한 은행매물이 마켓에 나왔다. 셀러인 은행의 조건이 재미있다. 첫 주는 자본 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공기관에서 살 수 있는 우선권을 주고 그 다음 주부터는 우선 본인이 거주할 목적인 바이어의 오퍼들을 먼저 받고 그래도 팔리지 않으면 다음으로 전문 투자가들의 것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지난해의 8,000달러 선물이 그랬던 것처럼 미봉책이나 임시방편적인 얕은 꾀로 끝나고 마는 노력들일까? 5월에는 4월 대비 0.7%, 전년 대비 10.9% 가격 하락이다.

세일 양은 4월 대비 5.8%, 전년 대비 14.4% 하락이다. 14.4%라 하지만 전체 세일의 50%가 은행매물이나 숏세일인 점을 감안하면 일반 매물은 거의 매매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망하는 손님들을 향하여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마켓이다.


써니 김
<리멕스 부동산>
(818)952-4989,
sunnyms3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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