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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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지 이야기/‘모럴 해저드’

2011-06-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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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현

지난 2008년부터 불기 시작한 주택시장의 찬바람은 아직까지 그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러가지 상황 등이 변화고 있음이 감지된다. 이번시간은 주변의 융자와 아울러 주택시장에 어떤 일들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이런 것이 올바른 것인지 한번 돌아보았으면 한다.

1. 허상의 융자 재조정(Loan Modification)
필자는 은행에서 주택 융자나 재융자를 전문으로 한다. 그런데 간혹 정부에서 하는 융자 조정을 부탁하는 고객들이 있다. 융자 조정은 타 은행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은행에서 고객의 환경의 변화로 월 페이먼트가 힘들어졌을 때 정부나 해당 은행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맞으면 기존의 이자나 상환기간을 조정해줘서 고객의 월페이먼트의 부담을 덜어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타 은행 모기지 융자를 가진 고객이 융자 재조정(Loan Modification)을 물어오면 대부분 간단한 조언만 해 드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필자의 지인 중에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움에 처한 분이 있었다.


지난 2006년에 주택을 구입하며 H은행에서 융자를 얻었는데 당시 10% 정도를 다운하고 80%를 1차 모기지, 10%를 2차 모기지를 얻었다. 아직까지 모기지 연체 기록은 없고 현재 남아있는 1차, 2차 모기지 합이 현재 해당 주택가격 보다 훨씬 많이 남은 전형적인 깡통주택이 되어있는 상황이었다. 작년 말부터 해오던 작은 사업은 접고 지금은 캐시로 주급을 받아서 일하고 있고 아내 또한 갑작스런 질병으로 일을 못하게 되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처하게 된 지인은 학생 한명 홈스테이를 시작했다고 한다. 지인은 아무리 주택가격이 내려도 미국와서 구입한 첫 주택인데 포기하기는 힘들다며 지금 7%에 이르는 이자를 어떻게 조정을 좀 받을 수 있을지 필자에게 문의를 해왔다.

이처럼 상황이 너무 딱하여 필자가 도움을 주기로 했다. 현재 상황을 그대로 편지를 썼으며 지금 해당 주택에 남은 모기지 금액보다 훨씬 싸게 팔린 주택의 자료를 모았다. 그리고 캐시로 받는 수입을 문서로 정리를 했고 홈스테이로 받는 수입도 모든 것을 문서화해서 준비를 했다. 또한 지인의 아내가 병원에서 치료받는 자료며 가계에 지출되는 모든 증빙 자료를 준비를 했다. 아울러 지금처럼 주택 가격이 내려도 모기지 연체가 없었던 것처럼, 해당 H은행에서 이자
를 내려준다면 앞으로도 계속 연체를 하지 않고 충실히 모기지 페이먼트를 이행하겠다는 편지도 적었다. 상식선에서 보았을 때 현재 남아 있는 모기지 금액이 현 시세 보다 훨씬 많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고객이 모기지 페이먼트를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은행에 이자를 안내려 줄 이유가 없어 보였다.

모든 서류를 보내고 3~4주 기다린 뒤 H은행으로 부터 허망한 답신을 받았다. 내용은 H은행에서는 지인의 서류를 모두 잘 검토를 했다고 했지만 지인이 갖고 있는 모기지는 페니매에서 보증을 서 주는 프로그램으로 지인이 보낸 자료 중에 수입이 증빙이 불분명하여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아 융자 조정이 어렵다고 했다. 재융자 대신 은행에서 아내의 질병으로 인한 일시적인 모기지 페이먼트 지불 유예를 허락하는 문서(Forbearance Agreement)를 보내왔다. 6개월 동안 월페이먼트를 1,000달러 정도 적은 금액으로 지불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융자 재조정을 신청하는 많은 고객들이 이 지불 유예 서류를 받으면 융자 재조정이 성사된 것으로 착각을 하는데 지불 유예와 재조정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지불 유예(Forbearance Agreement)는 6개월 정도만 월페이먼트 일부를 말 그대로 지불 유예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유예된 금액은 감해주는 것이 아니라 6개월 이후에는 유예된 금액을 갚아 나가야 한다. 또한 지불 유예 동안 적게 지불된 모기지 페이먼트는 연체 기록으로 크레딧 상에 고스란히 보고가 된다. 지불 유예는 단지 지불 유예 기간 동안 은행에서 차압은 하지 않겠다는 약속 밖에 의미가 없다. 문제는 H은행 담당자들도 이 지불 유예가 지인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필자가 직접 연락해서 상담원과 상의를 했으나 아주 기계적인 음성으로 그냥 숏세일 서류를 보낼테니 숏세일로 주택을 팔던지 지불 유예를 하던지 하라고 했다.

H은행에서 이런 식으로 나오는 이유는 단지 하나이다. 모기지는 H은행 이름으로 진행이 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페니매에서 보증을 서주고 있으니 H은행에서는 깡통주택을 포기하던 숏세일을 하던 크게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정부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만 들고 거기에 맞지 않으면 지불 유예 6개월 서류를 보내고 더 귀찮게 하면 숏세일 안내 서류를 보내버리고 만다. 이런 식이니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의욕적으로 주택을 소유하려는 소유주조차도 숏세
일이나 차압으로 내몰리기 십상이다. 결국 지인은 어렵지만 지불 유예를 하지 않고 참아 7%대에 해당하는 모기지 이자를 내며 견뎌보기로 결심했다.

2. 어이없는 셀러
앞서 이야기한 경우와 정 반대 상황을 들어보겠다. 융자를 상담하다 보면 최근 주택구입이 늘어나고 있는데 간혹 고객들 중에 숏세일 주택을 구입하는 고객들이 있다. 숏세일이라고 하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셀러가 갖고 있는 모기지 금액보다 현 시세가 더 낮아 이것을 팔아도 셀러의 모기지가 충당이 되지 않을 때 매매 거래를 말한다.

주택 시장이 제대로 돌아갔던 3~4년 전만 하더라도 주택 모기지가 90일 연체가 되면 바로 NOD(Notice of Default)를 받게 되고 차압 절차를 밟게 되었다. 그런데 주택시장 붕괴로 최근 워낙 많은 연체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서 은행과 정부사이에 갈등이 심화되고 정부나 은행에서 더 이상 주택 가격의 하락을 막기 위해 가급적 차압(Foreclosure)보다는 숏세일 쪽으로 유도를 하고 있다.

최근 보도 자료에 의하면 숏세일로 나온 매물들이 클로징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져 기본 1년이 넘어가고 어떤 주택은 숏세일 기간이 무려 5년이 이르렀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일부 숏세일 셀러들은 이런 부분을 악용하는 경우가 있다. 즉 숏세일이 진행이 되면 모기지를 연체하더라도 일단 바로 차압수순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셀러들이 교묘하게 숏세일 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방법들은 아주 다양하다. 리스팅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여놓고 몇달째 오퍼가 없어도 에이전트에게 가격을 못내리게 하거나, 혹은 주택을 보여줄 시간을 제한하던지, 주택을 엉망으로 관리해서 바이어로 하여금 구매 의욕을 줄이는 방법 등으로 최대한 숏세일 기간을 늘려 공짜로 주거하려는 셀러들이 있다.
융자와 주택시장이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 안타깝다. 하루속히 공정한 주택 거래가 형성되는 날이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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