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1-06-1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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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시계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고
쓸데없이 벽들의 삐걱임이 들리고
당신이 들었던 소리가 자꾸 크게 들리고

그날 왜 혼자서 일어나 계셨는지
당신의 빈 지갑에 꼬깃하던 주택복권
때늦은 뉘우침이 주는 유산으로 품습니다

전병희(1953 - ) ‘유산’ 전문


옛날의 아버지는 ‘바깥양반’이셨다. 그래서 자녀들과 대화를 자주 나누던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돌아가신 후, 내가 아버지가 돼 보고서야 그분을 이해하게 된다. 잠 못 이루는 밤에 시계소리, 벽의 삐걱이는 소리조차 크게 들릴 때, 아버지가 그날 왜 혼자서 일어나 계셨는지, 빈 지갑에 복권을 담고 다니셨는지 알게 된다. 생전에 이해해드리지 못했던 아버지의 꿈과 짐, 가족사랑이 담긴 꼬깃한 주택복권을 유산으로 품는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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