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1-06-14 (화) 12:00:00
수천 년 세월이 접혀있는
고요에 닿는 막다른 길
해탈도 없이 시간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살아서 앓던 마음의 번뇌
돌부처가 되어 가슴을 닫고
열반에 든 수많은 막고굴* 속의 부처들
나비 한 마리
시간의 벽을 뚫고 나와
삶의 출구와 꿈의 입구를 날으는 소리
풀지 못한 깨달음만
경문을 읽고 지나간다
나도 내 안의 수 많은 길 찾을 수 없어
아득한 기억 저편의 시간 속
하나의 막고굴에 나를 봉인한다
나갈 수가 없어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나
장효정(1945 - ) ‘막고굴 속의 자유’ 전문
* 막고굴 : 중국 실크로드선상 돈황에 있는 수백 개의 석굴들. 이 굴 속에는 각양각색의 부처들이 있는데 여기서 신라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이 발견 되었다.
실크로드 굴속에 잠자고 있던 불상들은 지루한 볼거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의 벽’을 뚫고 날아오는 나비 한 마리가 이 시의 묘미다. 천년의 시간을 지우며 불상들을 깨워 오늘의 ‘나’를 만나게 한다. 불상들은 아직도 깨달음을 구하며 길을 찾을 수 없어 방황하는 나 자신이 된다. 부처가 되려는 욕심마저도 버릴 때 부처가 된다고 했던가. 막고굴에 나를 봉인함으로써 비로소 자유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