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란꽃이 피면

2011-06-11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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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상

서울에 사는 친구가 생일축하 카드를 이메일로 보내왔다. 진분홍빛 탐스런 모란꽃들이 모니터 안에서 함박웃음을 짓는다. 마치 우리학교 화단에 피었던 모란꽃을 보는 듯 예쁘고 반갑다. 내 인생의 봄을 열어주고 어느 날 꽃잎으로 떠나가신 여고시절의 선생님이 모란꽃 위에 어른거린다.

일본에서 음악전공을 하신 연로하신 교감선생님이 고등학교 2학년 봄에 우리 학교에 부임해 오셨다. 당시 나는 성악가를 꿈꾸며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뜻밖에도 교감선생님이 다가와 당신이 피아노 반주를 할 테니 노래를 불러 보라고 하셨다.

그 후로 선생님은 올바른 발성연습과 아울러 가곡과 오페라를 교습해 주시며 나에게 정성을 쏟으셨다. 그 덕분에 일 년 후 모 대학 주최 콩쿠르에 입상하고 그 장학금 혜택으로 대학에 갈수 있었다.


인생은 노래처럼 연습할 수 없는 본선무대다. 그러기에 젊은 날에 몰랐던 것들을 늦게야 깨닫고 후회하게 된다. 얼마 후 선생님이 타계 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바쁘다는 핑계로 안부조차 변변히 드리지 못한 내 자신의 우매함이 부끄러웠다. 함께 노래 부르며 쌓인 사제지간의 정이 오래오래 지속될 줄 알았는데 기다려 주지 않는 세월이 야속했다.

그동안 몇 번의 모란이 피고 졌을까. 지금도 내 마음속에서 선생님은 지지 않는 모란꽃으로 피어 사람의 도(道)를 노래한다.


조옥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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