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1-06-09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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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시 옥색 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나가 구름 속에 나부낀다
제비도 놀란 양 나래 쉬고 보더라
한번 구르니 나무 끝에 아련하고
두 번을 거듭 차니 사바가 발아래라
마음의 일만 근심은 바람이 실어가네

김말봉(1901∼1962) ‘그네’ 전문

모 심기를 끝내고 단오를 맞아, 상큼한 색시가 세모시 옥색 치마를 입고 창공으로 그네를 차고 나가는 풍경이 그려진다. 이 도령이 춘향을 보고 반한 것도 이런 장면을 보고난 뒤였을 것 같다. 몇 달 전, 한국을 대표하는 한 호텔의 뷔페식당에서 한복을 입은 손님에게 입장을 허락하지 않았던 사건이 문득 떠오른다. 그 호텔에서는 한복이 밥을 먹고, 춤을 추고, 심지어 그네를 탈 때도 문제없이 입어온 우리 민족의 옷이란 사실을 진짜로 잊어버렸던 것일까.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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