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1-06-07 (화) 12:00:00
어떤 것이 정확하다면 딱! 소리가 나야 한다
사정이 딱하게 되어 먼 친척집에 얹혀 지낼 때
그 댁 손녀딸과 같은 방을 썼다
걸어둔 옷 주머니에 넣어 둔 월급봉투를 열어 보면
딱! 절반이 줄어 있곤 했다
어쩐지 철학적인 알리바이가 있을 것 같은 2분의 1
낮과 밤도 반반 아닌가?
너와 나의 입장도 각기 달라서 반반이다
그렇다. 반반이란 이렇게 공평무사 한 것을
손녀딸이 내 월급봉투를 열 때도
딱! 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내가 듣지 못한 것뿐
지금도 월급봉투를 열 때마다 딱! 소리가 들린다.
이제 생각해 보니 그 댁 손녀딸이 제시한 딱! 절반의 솔직함을
나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 같다
솔직함은 도둑이라 할 수가 없지 않은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딱! 소리가 난다면 좋겠다.
지금 세삼 다짐 해 보느니, 뭐든 딱, 소리가 나게 해야겠다
빛과 어둠이 서로를 훔쳐가니 반반이다
생명은 죽음과 탄생이 반반이다
아름다움과 추함이 반반이다
무엇보다 연애를 딱! 소리 나게 하고 싶다
최종천(1954 - ) ‘딱! 절반’ 전문
딱! 부러지게 무언가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위험하다. 세상의 모든 일이 낮과 밤, 죽음과 탄생, 아름다움과 추함을 반반씩 지니고 있어서 칼로 자르듯 좌와 우, 흑과 백으로 나눠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 시의 ‘딱!’은 정 중앙에서 나는 소리다. 그래서 화자는 남의 물건을 훔치는 데도 월급봉투의 주인 몫으로 딱! 반을 남길 줄 아는 도둑을 용서하고 눈감아준다. 딱! 중간에서, 딱! 소리가 나게, 치우치지 않는 삶을 다짐한다.
김동찬 <시인>